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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바닥 드러나고 카드 빚은 늘었다”…‘성장 엔진’ 美 소비, 한계 왔다.

■美 소비위축 발 경기후퇴 우려 확산

고금리, 인플레, 정부 보조금 감소 등에 저축 여력 바닥

학자금 대출 상환 임박…실업수당 지급 기간도 축소

미국인 저축률 코로나 이전보다 낮아져..신용카드 잔액은 급증

실질임금 상승세 둔화되고 물동량도 감소 조짐

마지막 보루 노동시장 아직 견조하지만

일부선 해고 대란…자영업자 고객 감소 체감


#뉴욕시에서 타투 가게를 운영하는 미하일 안데르손은 요즘 고객 수가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고객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것은 지난해 11월께부터. 그는 “지난 2020년 여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중단했던 영업을 재개한 이후 고객들이 넘쳐났는데 최근에는 예약을 취소하거나 더 간단한 시술로 바꾸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코로나 19 당시 정부가 지급한 실업보험 등으로 넘쳐났던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여기에 물가상승과 고금리, 주가 하락 등까지 겹쳐 미국 소비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단적인 예는 2020년 이후 급감하고 있는 개인저축률이다. 월소득 대비 저축을 의미하는 개인저축률은 2020년 4월 30%를 넘어섰으나 지난해 12월에는 3.4%로 전년동기(7.5%)와 비교해 반토막났다. 이는 코로나 19 팬데믹 발발 전인 2019년의 8.8%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전에는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지출하고도 30%의 돈을 저축할 수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아예 저축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며, 추가 소비 여력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여력 감소는 각종 통계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전월대비 1.1% 감소했다. 2022년 들어 가장 빠른 속도의 감소세다. 미국 기존 주택판매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여파로 지난해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동차 판매량은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는 “미국인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기간 동안 자전거, TV, 노트북 등을 구입했고, 셧다운이 풀인 이후에는 식당과 여행지에서 돈을 썼다”며 “그 이후에도 미국인들은 실업수당 등 정부 보조금, 펜데믹 기간 쌓아놓은 저축, 저금리 신용대출의 도움을 받아 돈을 아낌없이 썼고, 덕분에 지난해 물가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을 2%포인트 높았다”고 전했다. WSJ는 "하지만 최근 들어 바닥을 드러내는 저축액, 신용카드 금리 상승, 정부 보조금 축소 등으로 소비 여력에 한계가 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신용카드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15% 늘어 20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WSJ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전문가의 61%가 향후 1년간 경기후퇴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소비 둔화 조짐 때문이다.

WSJ는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벤자민 드롱(32)씨의 사례를 들어 미국인들이 과소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드롱씨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정부 경기부양책의 도움을 받아 한때 저축액이 3700달러까지 늘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의 통장에는 단 3센트만 남아 있다. 드롱씨는 “식료품, 공공요금, 자동차 보험료 상승분을 충당하기 위해 그 동안 저축한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축액이 바닥난 지금 상황에서 직장을 잃는 것이 내가 고민하고 있는 최고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기업에서 불고 있는 정리해고 열풍에서 자신 역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음식값, 공공요금 외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20년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 프레디맥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절반 이상인 약 57%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걱정하고 있다. 이는 직전 조사인 3분기의 48%보다 9%포인트 뛴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의 학자금 대출 상환도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핵폭탄급 충격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발표했으나 공화당이 장악한 6개 주가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냈고, 연방항소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시행이 중단됐다. 이 사건은 현재 미국 대법원에서 최종 심리중이다.

학자금 대출 탕감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바이든 행정부는 대출 상환을 또 다시 유예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미국 소비자들로서는 만일 올해 6월 30일까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그로부터 60일 후인 8월말부터는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이 시작되는 것이다. WSJ는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2020년 3월 이후 중단된 학자금 대출 상환을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업수당도 줄어든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실업수당 수급 기간을 18개월로 일시 연장했으나 앞으로는 최장 6개월로 원상 복구된다. 넉넉한 실업급여와 각종 보고금,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등으로 미국인들의 저축이 크게 늘었고, 이는 지난해 소비의 원동력이 됐으나 이젠 바닥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미국 소비자들이 빚쟁이 신세로 전락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여기에 주가 하락으로 인한 역부의 효과도 더해지고 있다. 새라 라오르(57)씨는 “최근 주가하락으로 401 IRA계좌 평가액이 40% 감소했다”고 말했다. 신차 구매를 저울질하던 라오르씨는 IRA 계좌를 보고는 차량 구입을 포기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소비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12월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의 입항량은 전년대비 20.1% 감소했다. 지난 8월부터는 이미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도 입항량이 밑돌고 있다. 2021년만 해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요폭증으로 미국 서부 항구가 마비 상태에 빠졌지만 불과 1년만에 항구가 텅텅 비는 사태를 염려하게 된 것이다. 한 운송회사 관계자는 “부피가 작은 저가의 제품은 여전히 수요가 적지 않지만, 가전제품, 가구, 운동기구 등 내구재 수요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내구재 수요는 소비 지출에서 경기의 경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경기진단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WSJ는 현재 노동시장의 유일한 희망은 ‘고용’이지만 이마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실업률이 3.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시간당 임금은 매년 4.6%씩 오르는 등 노동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빅테크의 해고 광풍이 제조업으로 번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임시직에 대한 해고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최근 소폭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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