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그래핀 기술을 응용해 나노신약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대표로부터 지원을 호소하는 손편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즉시 유관 비서관실에 “제안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디지털 기술혁신 기업인과의 오찬 간담회’ 행사에서 홍병희 그래핀 스퀘어 대표로부터 약 1000자 분량의 손편지를 받았다. 홍 대표는 손편지에서 “글로벌스탠다드를 선도하는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홍 대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기술의 경우 아직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고 당연히 국제적 기준이나 표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아이템을 발굴해 집중 지원해야 현재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운영하는 그래핀 스퀘어는 2023년도 CES에서 그래핀을 이용한 가상 난방 가전으로 가전 제품 부분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강하다고 평가받는 신소재(두께 0.2㎚)로 구리보다 전자 이동성이 100배 빨라 적은 에너지로도 열을 효율적으로 낼 수 있다. 그래핀 같은 나노기술을 바이오 분야에 활용하면 나노신약 개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국내 벤처기업들이 나노신약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해외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벤처기업에는 시간이 돈”이라며 “각종 규제와 절차에 묶여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나노신약은 향후 반도체를 뛰어넘는 차세대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식약처에서 신속하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노신약을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이 한국에서 꿈을 이루고 세계를 선도하도록 적극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홍 대표의 이같은 요청에 즉각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실에 검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철학은 매우 확고하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요청을 받은 만큼 홍 대표의 제안을 살펴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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