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왕실 문화재로 여겨졌던 은 공예품이 일본의 유명 시계점에서 제작한 것으로 확인돼 14년 만에 문화재 등록이 말소됐다.
7일 학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달 초 관보를 통해 “국가등록문화재인 ‘은제이화문화병’(銀製李花文花甁)의 문화재 등록을 말소한다”고 고시했다. 이 유물의 바닥면에 찍힌 압인(押印·도장을 찍음)인 ‘小林(고바야시)’가 일본 도쿄의 고바야시토케이텐(小林時計店)의 제품임을 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2009년에 ‘왕실에서 사용하는 공예품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1910년대에 제작’ 했다는 설명과 함께 이 유물을 등록문화재로 올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유물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에 제작소로 확인된 고바야시토케이텐은 과거 일본의 유명 시계점이자 미술품제작소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1943년까지 도쿄에서 영업하며 시계 이외에도 은 제품이나 장신구 등을 제작했다. 궁내성(宮內省) 등지에 물건을 납품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은제이화문화병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며, 1910년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목이 길고 몸통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인데, 몸통 중앙에는 대한제국의 황실 문장과 같은 오얏꽃(李花·이화) 문양이 붙어 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이화문이 있는 공예품은 곧 이왕직미술품제작소 제작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따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한 명백한 오류가 확인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이 유물의 재조사에 참여한 한 문화재위원은 “압인을 볼 때 고바야시토케이텐에서 제작한 것이 명백하다”며 “이왕가에서 주문한 것인지 상업적 이유로 제작 판매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조선 공예의 맥을 잇거나 왕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2009년 당시 문화재청은 한국전통문화연구소를 통해 ‘근대 공예유물 문화재 등록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해 공예 분야 전문가 조언을 받았으나 당시 실사에서는 바닥 면의 ‘고바야시’ 압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 등록은 말소됐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이 유물을 계속 소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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