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대대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다. 남태평양에서 참치를 잡아 가공해 파는 기존 수산·유통 사업에서 물류, 축산, 외식, 바이오까지 손을 뻗으면서다. 지난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병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만큼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 '제2의 창업'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동원산업은 10일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그룹의 자회사로 백신 및 신약 개발을 담당해왔으며, 매각 금액은 6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현재 동원산업을 포함한 5~6곳의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음달 본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원그룹이 보령바이오파마를 품을 경우 1969년 창립 54년 만에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앞서 동원산업은 한국맥도날드 예비입찰에도 단독으로 참여했다. 현재 1차 실사를 진행 중이며, 가격 협상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의 몸 값은 5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동원산업은 한국 내 맥도날드의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고, 미국 본사에 5% 가량의 로열티를 내게 된다. 동원산업은 동원홈푸드에서 식자재 유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맥도날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외식 시장에 뛰어드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원홈푸드를 통해 2020년 샐러드 카페인 '크리스피프레시'를 론칭한 뒤 최근에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브랜드 '포르투7'를 선보인 바 있다. 특히 동원산업이 어획한 참치와 연어를 비롯해 농업합작법인인 어석이 재배한 채소 브랜드 '청미채', 동원홈푸드가 제조한 소스를 외식업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는 모색해왔다.
동원그룹은 2008년 미국 참치 통조림 제조 업체인 스타키스트를 시작으로 2012년 대한은박지, 2014년 테크팩솔루션,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은 연매출 8조 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 인수합병(M&A)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게된 가장 큰 계기는 지난해 11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이다. 당시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을 '제2의 창업'으로 삼고, 사업 간의 융합과 지원, 투자 활동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2019년 은퇴한 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되며 새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주 사업인 수산·유통 부문이 어획량과 유가 등 대외적인 환경 변화에 취약한 만큼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동원산업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수산·유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7%, 물류 사업이 42%다.
동원산업의 원양어업 시장점유율은 59%로 압도적인 1위지만 성장세는 정체다. 2021년 기준 매출은 2조 8000억 원으로 2017년(2조 3800억원)과 비교해 4년간 18% 늘어나는데 그쳤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246억 원에서 2607억 원으로 16% 증가했다. 시장 2위인 신라교역이 2021년 버거 프랜차이즈인 '파파이스' 한국 사업권을 사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재계 관계자는 "최근 어족자원 자국화가 더욱 강해지고, 원양어업 규제가 세밀해지면서 어획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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