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계속해서 지금처럼 산다면 바닷새의 99%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2050년이 되면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육지에 쓰레기를 버리면 물고기를 통해 먹이사슬로 들어가고 마침내 바다에서 끝납니다. 지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 우리 자녀를 포함해 모든 사람, 그리고 다음 세대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플로깅’의 창시자인 스웨덴 출신 에리크 알스트룀(사진)은 12일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당장 바로 오늘 길거리에서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이 플로깅의 시작”이라며 “환경과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플로깅을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플로깅은 스웨덴어의 ‘플로카 업(plocka upp·줍다)’과 ‘조가(jogga·조깅하다)’를 합성해 만든 ‘플로가(plogga)’라는 용어의 명사형으로 ‘쓰레기를 주으며 조깅하기’라는 의미다. 2016년 알스트룀이 처음으로 이 개념을 만들었으며 이후 글로벌 환경 운동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저분한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미화’의 관점이 아닌 쓰레기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 등이 빗물을 맞을 경우 땅으로 흡수돼 토양이 오염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가 오염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환경 윤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플로깅이 인기를 얻었으며 대기업도 플로깅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캠페인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환경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지구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징후라고 생각한 그는 자전거 여행 중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보고 충격을 받아 플로깅의 개념을 창시했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20년을 살다가 스톡홀름으로 돌아왔는데 지난 시간 동안 이곳이 얼마나 더럽혀졌는지 깨닫게 됐다”며 “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본 풍경에는 쓰레기 잔해가 너무 많았지만 아무도 줍지 않아서 내가 줍기 시작했고 이후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 등산·스키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후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마치 다시 아이가 돼 보물찾기를 하듯 쓰레기를 찾고 주웠다”고 덧붙였다. 플로깅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플로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따르는 이들이 많아졌고 마침내 그의 플로깅은 TV·잡지·라디오·소셜미디어 등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이후에는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아메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특히 플로깅 참여자들이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새로운 환경 운동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또 그는 플로깅이 지구를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고 서로 더욱 친밀감을 형성하며 건강에도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쓰레기는 환경을 더럽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서로 멀어지게 하는 ‘반사회적’ 환경을 만든다”며 “스웨덴에는 매일 270만 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지고 있다. 정말이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의 달리기보다 더 많이 몸을 움직이는 플로깅이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한다. 그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몸을 구부릴 때 스쿼트를 하는데 이 동작은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며 “30분 동안 플로깅을 할 경우 평균적으로 288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플로깅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자 그는 스페인·인도·네팔 등에서도 플로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22년 여름 인도에서 열린 플로깅에 무려 14만 6850명이 참가해 플로깅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올해 역시 수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플로깅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며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플로거가 되자”고 한국의 독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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