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2원 넘게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위안화·엔화 동반 약세로 원화가 유독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국 CPI 결과에 따라 원화가 130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10전 오른 1277원 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24일(1280원 80전)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 90전 오른 1267원 40전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상승 폭이 확대됐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이후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독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달러화지수가 지난 주 대비 1.4% 오르는 동안 원화는 3.2% 절하됐다. 일본(-2.2%), 유로존(-1.6%), 영국(-0.9%), 중국(-0.8%) 등 주요국 통화보다 변동 폭이 크다.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강달러와 함께 위안화와 엔화 약세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찰풍선 격추 이후 미중 갈등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중앙은행(BOJ) 차기 총재 인사 등으로 위안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298억 3000만 달러로 전년(852억 3000만 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월별 경상수지의 흑자·적자 여부를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경상수지 회복이 지연되면서 외환 수급 여건 악화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 문제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경상수지 불안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투자 심리 변화에 따라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입이 나타날 때마다 원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시장 주목도가 큰 1월 미국 CPI 결과에 따라 오버슈팅(일시적 급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한다면 원·달러 환율도 단기적으로 1300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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