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상법 개정이 연달아 이뤄지면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도 주주 환원에 소극적인 저평가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LS증권이 블룸버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 국내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 수는 21건으로 2023년(42건), 2024년(49건)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부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내놓았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행동주의 활동은 전년보다 다소 위축됐다.
다만 올해 9월 라이프자산운용이 KCC에 대한 공개 주주 제안을 제기하고 10월 얼라인파트너스가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율을 높이면서 적극적 주주활동을 공식화하는 등 하반기부터 활동이 재개되는 모습이다. 특히 새 정부에서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시행한 데 이어 2차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을 차례로 도입한 만큼 내년 정기 주총에서 행동주의 활동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만한 저평가 종목들도 여전히 많다는 평가다. 유가증권·코스닥 합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은 전체 상장사 대비 51%로 주요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들의 절반이 순현금 기업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주주 환원이 필요한 저평가 종목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거나 행동주의 활동이 발생했을 때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영원무역(111770)·농심(004370)·에스엘(005850)·HD현대건설기계(267270)·세방전지(004490)·경동나비엔(009450)·아세아(002030)·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등을 꼽았다. 자기자본 대비 현금성 자산이 5~20%로 충분하지만 주주 환원 성향은 20% 미만인 기업들이다. LS증권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 제안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삼성전자(005930)·삼성물산(028260)·LG(003550)·농심·대덕전자(353200) 등을 꼽았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과 현금 창출력이 양호한데 그동안 주주 환원 성향이 낮았던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며 “주주 환원 정책이 달라지면 재평가를 통해 크게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iM증권은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DL이앤씨(375500)를 꼽았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등 순현금 9340억 원, 여의도 글래드 등 투자부동산 5494억 원, 관계기업 투자주식 장부가 6007억 원 등으로 다수 자산을 보유하고도 시가총액이 1조 60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지분율도 24.82%로 지배력이 낮은 수준인 데다 주주 환원 정책도 보수적인 만큼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S투자증권은 웹젠(069080)의 현금성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다며 게임 종목 가운데 독보적인 저평가주로 거론했다. 주주 환원이나 지분투자를 활용하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도 기업은행(024110)에 대해 적극적인 배당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자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PBR이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계속되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들에 한국 증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은 시장인 만큼 캠페인에 나서기 매우 적절한 대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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