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훑어보는 신문 제목과 케이블TV 뉴스에 의존해 경제의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해보라. 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아래서 미국의 실질총생산이 6.7% 늘었고, 지난해 1년 동안 4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지난여름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기나긴 경제 전망 기사를 읽지 않는다. 그들은 신문이나 케이블TV를 통해 접한 단편적 정보에 의존해 경제를 인식한다. 일반적으로 대중의 인식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한다.
최근의 경제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는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믿는다. AP-NORC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2는 “경기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양호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4분의1에 불과하다.
“데이터 따위에 신경 쓰지 말라. 개인적 경험을 통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괴리가 있다. 대중의 3분의2가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말할 때 과반수는 개인의 재정 형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신의 경제 사정은 양호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괜찮지만 너는 아니다”라는 집단적 사고는 2021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22년도 서베이 결과는 올해 말에 공개되겠지만 지난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도 서베이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8%는 재정 상태가 “최소한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나라 경제가 “양호하다”거나 “대단히 좋다”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가정 경제와 국가 경제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지난 여름 이후 계란을 비롯한 일부 품목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솔린 등 다른 많은 상품의 가격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앞서 지적했듯이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의 실업률은 3.5%로 50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공급망 문제와 우크라이나 쇼크로 하락했던 인플레이션 조정 임금 역시 반등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양호한 경제를 대중이 전혀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부분적으로 정치적 편견 때문이다. AP-NORC 서베이에서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모두 개인 재정형편 평가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이들 대다수는 그들의 재정사정을 양호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들의 90%는 국가 경제가 나쁘다고 봤다. 미시간대학이 실시한 소비자 서베이에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지금의 경제가 7%를 웃도는 실업률과 14%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얼룩졌던 1980년 6월에 비해 더 나쁘다고 인식했다.
경제와 관련해 언론은 어떤 보도를 내놓고 있나. 필자의 동료들 가운데 일부는 경제기사에 부정적인 편견이 끼어들고, 이로 인해 대중의 인식이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질색한다. 그러나 이런 편견이 작동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미시간 서베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구체적인 기업 상황과 관련해 조사 대상자들이 어떤 뉴스를 들었는지 물었다. 지난해는 45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된 해였지만 고용에 관해 부정적인 뉴스를 들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훨씬 많았다. 이런 현상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질문을 제기한다. 미국인들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공정하게 말해 우리는 긍정적인 경제 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임박한 경기침체 전망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다음 분기, 혹은 다음 2개 분기에 경제성장이 주춤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파른 실업률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으로 잡아두기 위한 필수조건인지 여부에 관한 격론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를 앞세워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의 분명히 소득과 일자리의 견고한 성장, 이제는 과거사가 된 2021~2022년의 물가 급등을 선거에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유권자들이 다음 대선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알 수 없다. 단기적인 경기침체를 지나 낮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2024년을 맞는다고 해도 많은 미국인은 이처럼 긍정적인 뉴스를 접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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