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003920) 회장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행동주의 펀드가 남양유업에 2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공개 매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가 소송을 통해 경영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어 주주 제안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평가에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27일 남양유업 이사들을 상대로 최근 주주 제안을 하고 이날부터 공개 캠페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주당 82만 원에 총 1916억 원의 자사주 공개 매수 △감사 선임 △5 대 1 액면 분할 △보통주 주당 2만 원 현금 배당 등을 제안하면서 이를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차파트너스는 최근 남양유업 지분 3%가량을 매입해 감사 선임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차파트너스는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 분쟁이 2년 가까이 장기화하자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이번 제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홍 회장 측과 한앤컴퍼니 간 법적 분쟁 때문에 수많은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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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2021년 5월 홍 회장 측 지분 53%를 주당 82만 원씩 총 3107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지분 매각 취소를 주장하며 계약에 응하지 않자 한앤컴퍼니가 법원에 주식양도 계약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은 한앤컴퍼니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9월 1심 법원이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이달 초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으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홍 회장 측이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하면서 관련 분쟁은 진행형이다.
다음 달 남양유업 주총은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를 기반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 시점과 기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현금보다 자사주 매입 요청 규모가 훨씬 커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175억 원 수준이다. 전격적인 주주 제안에도 남양유업 주가는 이날 5.57% 급락한 57만 6000원에 마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 매수를 하려면 차입을 하거나 사옥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당장 결정 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 “경영권을 곧 넘겨야 할 처지에 있는 이사회에 주주 제안을 했다는 것은 목표 달성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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