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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70만원·사면 약속받고 총알받이로"…러 용병들 폭로

“월급으로 1루블도 받지 못했다” 증언

처우에 불만 내비치면 즉각 처벌 내려져

인력 불충분해지자 즉결 처형 정책 완화

솔레다르에서 작전 중인 와그너 그룹 용병.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러시아 죄수 출신 와그너 그룹 용병들이 전쟁에 참여한 이후 적국 포로 수용소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자국으로부터 사면과 월급을 약속 받고 전장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일 WP 취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불과 몇 시간 전에 붙잡힌 와그너 용병 미하일(35)과 일리야(30)를 우크라이나 수용소에서 만났다.

주취 폭행치사 혐의로 징역 8년 형을 받고 2년간 복역 중이던 미하일이 러시아 교도소에서 와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보게 된 건 지난해 가을쯤이었다.

미하일은 당시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누구든 전투에 참여하는 자는 형을 깨끗이 씻어주겠다고 했다”며 자신을 용병단으로 꾀어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전쟁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내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선에서 도망치려는 자에게는 즉시 “고 투 제로(go to zero)”라는 경고가 내려졌다고 했다. 탈영병은 즉결 처형하겠다는 의미였다.

스몰렌스크 출신인 일리야는 음주운전으로 동승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6년 동안 복역했던 일리야 역시 사면과 함께 월급 1300달러(약 168만 원)를 약속받았다.

와그너 그룹은 적군 위치 적발 또는 차량 폭파 시 최대 1200달러(약 158만 원)의 보너스를 주겠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하지만 일리야는 “월급으로 단 1루블도 받지 못했다”며 실상을 폭로했다.

이들은 감옥에서 나와 짧은 군사 훈련을 받았다. 시리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활약했다는 와그너 용병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내 숲에서 신병들을 훈련시켰다.



전선에 투입된 일리야는 우크라이나 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임무를 받았다. 하지만 부대당 드론 한 대 외엔 지원되는 장비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일리야는 전했다.

크라스나 호라 마을을 기습하는 과정에서는 72시간 만에 동료 용병 4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일리야는 전했다.

전장에서의 처우에 불만을 나타낼 경우 돌아오는 것은 즉각적인 처벌이었다.

일리야는 와그너 관리들이 탈영병을 목매달거나 손을 부러뜨리고, 폭행해 숨지게 하는 영상들을 봤다고 말했다. 또 한 동료가 수백 명이 사망하는 격전지에 용병들을 배치하는 데 항의하자, 처형됐다고 전했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들은 내 가족, 아이들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미하일은 최근 전장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와그너의 ‘즉결 처형 정책’이 완화됐다고 증언했다. 미하일은 “아마도 사람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술이나 마약을 하다 적발된 용병들과 계약을 연장하기도 했으며, 탈영병에 대한 처분을 유예하기도 했다고 미하일은 전했다.

이와 같이 전쟁에 참여하는 대가로 사면을 약속 받은 수감자들은 와그너 그룹 병력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은 바흐무트에 집중 투입됐고, 그중 절반이 죽거나 다쳤다.

한편 프리고진은 이달 초 텔레그램을 통해 더는 러시아 교도소에서 용병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반역’을 저질러 심각한 병력 손실을 봤다며 정부와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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