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3년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1년 정도면 발효가 완성됩니다. 한국은 기후가 좋아서 위스키를 만들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에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 이날 열린 쓰리쏘사이어티스의 위스키 ‘기원’의 시음회에는 앤드류 샌드(Andrew Shand) 마스터 디스틸러가 직접 위스키 강연에 나섰다. 그는 도정한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와 함께 한국에 증류소를 설립한 지 2년여 만에 위스키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덕택으로 한국의 기후를 꼽았다.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가 위스키의 발효를 앞당긴다는 것.
스코틀랜드는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중 서늘한 기후로 위스키 숙성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법으로도 3년 이상 숙성한 원액을 담아야 ‘위스키’라는 상표를 달 수 있게 돼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 앤드류는 마스터 디스틸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위스키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 스코틀랜드,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증류소를 거치며 40년이 넘는 경력을 쌓은 끝에 지난 2020년 한국에서 도 대표와 손잡았다. 그가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위스키 제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그 결과 경기도 남양주가 물이 좋고 연교차가 커 가장 좋은 자연 환경으로 낙점됐다.
그렇게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작한 앤드류와 도 대표는 초창기부터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렌리벳, 조니워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뒤떨어지지 않는 방식으로 제조하되, 한국만의 특색을 더하는 것. 도 대표와 앤드류가 내건 자존심이었다. 증류 기기는 독일 등 유럽에서, 오크통은 미국에서 수입했다. 증류와 숙성 방식, 오크통 등을 달리하며 한국의 맛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출발은 순항이었다. 2022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 싱글몰트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이다. 도 대표와 그는 한국 식문화의 특징 중 하나로 매운 맛과 향을 꼽았다. 주가 되는 매운 맛이 변용돼 다채로운 반찬이 있듯이, 위스키 맛의 구성을 ‘스파이시’에 중점을 뒀다. 이에 더해 곡물의 달콤함·시트러스함, 과실향 등이 주변부로 복합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도 대표는 설명했다.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기원 위스키 배치(batch)1’은 이렇게 탄생했다. 버진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된 배치1은 알코올 도수 40도, 700㎖ 용량으로 판매된다. 오크, 캐러멜 향에 더해 한국적인 스파이시한 여운이 특징이라고 쓰리소사이어티스 측은 설명했다. 정규 제품과 함께 알코올 도수 57.7도인 캐스크스트렝스(원액 숙성 후 물을 섞지 않고 병입하는 위스키 제조 방식) 위스키 150병도 증류소 전용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쓰리소아이어티스는 앞서 위스키 원액이 한국 사계절 속에서 어떻게 맛과 향이 변해가는지 보여주기 위해 컬렉션 제품 3종을 200㎖ 소용량으로 선보인 바 있다. 13개월 숙성, 20개월 숙성, 26개월 숙성 에디션이 한정판으로 판매됐다. 국내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데 미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에 수출돼 완판되기도 했다. 쓰리쏘사이어티스 측은 이번이 4번째 출시이지만 상대적으로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첫 번째 정규 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배치도 전체 물량의 60%는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다.
도 대표는 “위스키 수출에 한류 열풍이 뜻하지 않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다음 달부터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등에 순차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한류 열풍이 식지 않고 있고 국내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 상황이 국내 위스키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2021년 1억 7534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6684만 달러로 52.2% 급증했다.
도 대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위스키의 맛과 향을 다양하게 하기 위한 연구를 앤드류와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배치별로 캐스크를 다르게 해 색다른 위스키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그는 전했다. 버번, 셰리, 뉴오크 등 많은 증류소들에서 사용하는 캐스크도 사용하지만 한국의 술도가들과 협업해 색다른 캐스크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재미 교포 출신인 도 대표와, 스코틀랜드 출신인 앤드류, 한국인 직원들이 만났다는 데서 착안해 이름이 만들어졌다. 도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위스키·맥주 애호가로서 사업을 시작했다. 맥주 바와 수제 맥주 회사로 성공한 그는 앤드류를 영입해 지난 2020년 본격적으로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언젠가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다짐에서 ‘이제는 월드클래스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겠다’는 목표로 위스키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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