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034300)과 KCC건설(021320), 태영건설(009410) 등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들이 결국 신용보증기금에 손을 벌렸다.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분양 경기가 꺾이면서 유동성이 쪼그라든 탓이다.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우려한 투자자들마저 지갑을 닫으면서 자금 확보가 시급한 건설사들이 정부 지원에 몰리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과 KCC(002380)건설은 지난달 28일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200억 원 규모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했다. 태영건설도 300억 원을 조달했다.
이들은 당초 회사채 시장을 찾아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지난달 한신공영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하는 등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신보로 발길을 돌렸다. 신보도 건설업 등 일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해 기존 3월에 시작하던 P-CBO 지원 제도를 2월로 앞당겼다.
이번 건설사들의 P-CBO 만기는 3년, 발행금리는 5% 초중반 대에 형성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건설채지만 신보 보증을 받아 시중 대비 약 2%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다만 발행 규모가 적어 추가 자금 조달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CBO(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s)는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ABS)이다. 신보가 비우량 기업들의 채권에 보증을 서 ‘AAA’등급의 ABS를 발행한다. 자력으로 사채 발행이 어려운 투기등급 회사들이 주로 찾는 제도다. 우량한 기업들의 채권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과 함께 묶여 발행되는데다 자기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평판 훼손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건설사들은 체면을 차릴 여유가 없다. 건설사들은 주로 분양대금을 받아 공사비와 사업비를 회수하는데 지난해 이후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빠르게 메마르기 시작했다. 특히 공사 착공을 위해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건설사들이 보증을 선 경우도 많아 시행사 대신 건설사가 차입금을 대위변제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440억 원을 물어주고 울산 동구 사업장의 시공권을 포기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분양 경기가 꺾인 가운데 공사비와 인건비까지 가파르게 올라 사업성이 악화되자 공사가 시작되고 더 손실이 커지기 전에 손절매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시공능력 10위 이내 건설사 합산 PF보증 규모는 2018년 말 11조 원 수준에서 지난해 3분기 말 약 20조 원으로 확대됐다. 이가운데 분양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미착공사업장에 대한 보증은 63%인 약 13조 원에 달한다. 특히 태영건설의 PF지급보증 규모는 3조2000억 원으로 자기자본(7080억 원) 대비 과중한 수준이다. 신세계건설도 2조2000억 원 규모의 PF우발채무(책임준공)가 있는데 지난해 마포 '빌리브 디 에이블' 등 일부 도급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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