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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낡은 근로시간 제도와의 이별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정부가 최근 연장근로를 주단위로 제한했던 근로시간제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산업 현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된 주52시간제도에 그간의 고통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수주가 차츰 늘어나기 시작하는 조선 업종의 종사자들은 ‘더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도’ 주52시간의 족쇄에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낡은 법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업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우리 경제 환경과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제도는 그동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근로시간제도 개선의 핵심은 바로 이 낡은 고리를 끊는 데 있다. 주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편안은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 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1주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던 연장근로 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시기에 일감이 몰리는 산업은 노사가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연장근로 시간을 분기 이상 단위로 관리할 경우 총량을 비례적으로 줄이도록 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월 단위 연장근로 시간은 주 평균 12시간이다. 하지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분기로 할 때는 주 평균 10.8시간, 반기는 주 평균 9.6시간, 연은 주 평균 8.5시간으로 점차 줄어들게 설계됐다.

근로자의 건강 보호 조치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다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 변경이 근로시간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넓히는 데 있는 만큼 연장근로 시간 총량 감축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다양한 건강 보호 조치들에 대해 노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볼 만하다. 일본은 연장근로에 대한 근로자의 건강 보호 조치로 의사 면접 지도, 보상 휴일 부여, 건강 진단, 최소 연속 휴식시간 보장 등 다양한 옵션을 노사가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소 연속 휴식시간의 길이도 우리처럼 ‘11시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기업들이 업무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고를 수 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논의는 근로시간 총량을 지금보다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주52시간제도 안에서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과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근로시간을 기업과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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