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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홍두문건’ 시대 회귀하는 中





1999년 7월 20일 오전 중국 공산당은 각 지역 성(省) 정부에 붉은 글씨로 ‘중요 문건’이라고 적힌 문서를 긴급 발송했다.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 사항이 담긴 ‘홍두문건(紅頭文件)’이었다. 문서의 내용은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파룬궁은 불법 조직으로 오늘부터 활동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공산당의 의중을 간파한 지역 공안국은 이날 오후부터 파룬궁 관련자 검거에 나섰다.

홍두문건은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정부)이 각급 기관에 하달하는 문서를 말한다. 홍두라는 말은 문서 제목과 발행 기관을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표시한 것에서 유래했다. 문서 아래쪽이나 끝에 별도로 빨간색 도장을 찍기도 한다. 이 문건은 하급 기관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행해야 하는 강력한 권위의 문서로 통용돼왔다. 홍두문건은 중국 초대 주석 마오쩌둥이 통치하던 시대에 가장 성행했다. 마오쩌둥은 자신의 명령을 담은 홍두문건을 수시로 내려보내 큰 나라를 다스렸다.



홍두문건에 의존한 통치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지도자의 지시 사항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 일관성이 떨어졌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개혁·개방 지도자 덩샤오핑은 1986년부터 당과 정부의 기능을 분리해 제도적으로나마 정부가 당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에 따라 공산당은 1990년 당내 법규의 제도화를 추진했으며 2007년 홍두문건에 대한 일제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달 4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중국 양회(兩會)에서 공산당의 권한이 더 커지고 정부의 기능은 축소되는 ‘당강정약(黨强政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 부처의 조직과 인원은 슬림화하는 반면 부처를 관리·감독하는 당의 기구를 신설해 과학기술·금융 등 주요 분야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당이 정부를 대신하던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권위주의·팽창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의 힘을 키우고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더 공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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