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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조향사' 조 말론 "후각 잃어 괴로운 적도 있었다"

'조 말론 런던' 창립자 韓 방한

에스티로더에 매각후 암 투병

후유증에 한달간 후각 잃기도

새 향수 '조러브스' 탄생 계기

신세계인터, 글로벌 파트너로

유명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의 창립자 조 말론 CBE(대영제국 훈장 수상자)가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향기를 즐길 줄 알고 창조성과 독창성을 인정하는 한국은 전 세계 향수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영국 출신 수석 조향사이자 유명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의 창립자인 조 말론 CBE(대영제국 훈장 수상자)는 지난 8일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의 향수 산업에 대해 같이 평가했다. 그는 "권력을 이기는 건 창의성"이라며 "용감하고 열정적인 한국 덕에 글로벌 향수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말론은 1994년 32세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조 말론 런던이라는 향수 브랜드를 만든 뒤 5년 만에 글로벌 대형 뷰티 회사인 에스티로더그룹에 회사를 매각한 성공한 기업인이자 전 세계 향수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조향사다. 국내에서 조 말론 런던은 '딥티크' 등과 함께 니치향수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021년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약 7500억 원대로 2018년 이후 약 3년 만에 27%가량 성장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조 말론 런던' 매장에서 사진을 찍는 조 말론과 그의 남편. /사진 출처=유튜브


그가 인생 첫 화장품을 만든 건 고작 7살 때다. 화가인 아버지와 피부미용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조 말론은 여러 재료를 조합해 주방에서 크림 하나를 만들었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팔며 자신의 재능을 깨달았다. 이후 성인이 되기 전까지 피부미용사로 일하며 고객의 팔을 매일 바디로션으로 마사지하던 조 말론은 자연스레 향수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런던의 작은 가게에서 출발한 조 말론 런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옷을 스타일링하는 것처럼 향기를 레이어드해 판매하는 조 말론의 영업 수단에 매출은 급격한 성장곡선을 그렸다. 특히 시그니처인 크림색 박스에 검은색 리본은 특유의 고급스러움으로 손님을 끌어모았다.



조러브스의 베스트셀러 향수인 '포멜로'(왼쪽)와 페인트브러쉬. /사진 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조 말론은 회사를 매각한 후에도 에스티로더그룹에서 일하며 조 말론 런던의 성공에 힘을 보탰다. 시련도 있었다. 회사를 매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40세의 나이로 암에 걸려 9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건 그의 일생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 설상가상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후각마저 잃게 됐다. 조 말론은 "향수를 만든 게 뛰어난 후각 때문인데, 이 감각을 잃은 게 수치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회고했다. 후각을 잃자 향수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꼭 향수가 사람 같았다"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지금 기분이 좋은지 슬픈지 느껴지는데 향을 맡지 못하는 게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후각이 돌아왔다. 후유증을 앓은 지 약 한 달 만이었다. 향수에 대한 애정은 또 다른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로 발전했다. 그렇게 2011년 영국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조러브스(Joloves)'다.

조 말론이 '조러브스' 매장 내 타파스 바에서 향수를 생크림 형태로 바꿔 시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유튜브


조러브스는 조 말론의 창의성을 집대성한 향수 브랜드다. 향을 맡는 '타파스 바(bar)'가 대표적이다. 종이에 향수를 뿌려 시향 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마티니잔에 향기 거품을 내 시향하는 일종의 이벤트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여기에 펜슬형 향수를 만들어 마치 몸에 그림을 그리듯 향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조 말론의 대표 아이디어다. 조러브스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건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202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제안으로 조러브스는 전 세계 첫 공식 진출국을 한국으로 정하고, 가로수길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조말론의 경험이 더해진 스토리와 섬세한 향으로 조러브스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2개의 단독 매장을 추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조 말론은 "누구나 창의성이라는 계좌를 가지고 있고, 그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라며 "지나간 과거는 떠나보내고 미래를 위해서 자신있게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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