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KT 사외이사로 내정된 지 이틀 만에 사의를 밝혔다. KDB생명보험 대표이사직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KT 경영진에 대한 여권의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10일 “임 사외이사 후보자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했다”고 공시했다. 임 고문은 8일 KT 사외이사로 내정되기 직전인 이달 6일 KDB생명의 대표로도 내정됐다. 임 고문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KDB생명 대표에 내정됐는데 생각보다 그쪽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라 (사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 고문의 설명에 대해 통신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KT 사외이사는 “KDB생명 대표를 하면서도 KT 사외이사를 하겠다는 본인 의사를 이사회가 재차 확인하고 내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KT 이사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 상임경제특보를 지낸 임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자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에 대한 여권의 반발과 압박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KT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현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몰랐을 리 없는데도 사외이사직을 수락해놓고 이를 이틀 만에 번복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외이사직을 수락한 후에 자신이 방패막이로 쓰이게 될 것을 우려해서 사임한 것 같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지적한 KT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리인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차기 대표 내정자에 대한 선임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도 대표 선출 절차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표 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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