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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도 1줄 ‘띡’"…'로또 학생부'에 고3 분통

올해 '부모찬스' 방지위해 자소서 폐지·비교과 축소

세특 영향력 커졌는데 교사역량 따라 '복불복' 기재

"노력 기울이고 성적좋아도 교사·학교 따라 대입 좌우"

수험생들이 지난해 11월 2023학년도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기소개서도 폐지된 상황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의미없이 단 한 줄 ‘띡’ 써주셨더라고요. 발표·활동도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적히지도 않았습니다. 학생부가 ‘로또’도 아니고 제 능력이 아닌 교사·학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억울합니다. 다른 분들은 꼭 명문고 가세요.”

올해 고3이 된 학생 A군은 지난달 고2 학생부를 확인한 뒤 분통을 터뜨렸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되고 학생부 비교과 반영이 대폭 축소되면서 교과 영역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과 내신의 영향력이 커졌는데, 교사가 학생부에 기재한 내용이 매우 빈약했기 때문이다. A군은 “이대로라면 원하는 대학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지원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좋은 학교, 좋은 교사 만나는 건 내 의지대로만 되는 게 아닌데 그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치러지는 대입부터 이른바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활동·진로활동)’으로 불리는 학생부 비교과 상당 부분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특혜 논란 여파로 마련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모 찬스’와 같은 외부요인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세특을 비롯한 나머지 반영 요소에서 교사나 학교 간 격차가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전년도 학생부 기재를 지난달 마감했다. 학생부는 수시 전형 중 학종과 학생부교과 등 학생부위주전형의 평가자료다.

최근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 대입에서 수시 학종의 비중은 상당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은 79%에 달하며,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지역 대학의 경우 정원 내 수시모집 선발 인원 중 학종 비중이 44.9%에 달한다.



특히 이번 대입부터는 학생부 자기소개서 제출이 전면 폐지되고 학생부 주요 기재·반영 항목이 축소되는 등 변화가 크다. 자율동아리 활동, 개인봉사활동 실적, 수상경력, 독서활동 등 비교과 항목 대부분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2019년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특혜 논란이 일자 교육부가 마련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적용돼서다.

입시 업계는 학종에서 남은 학생부 항목인 교과 영역 내신·세특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특은 교사가 교과목 별 학생 개개인의 학업능력이나 노력·활동과정을 관찰한 결과를 기재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이처럼 세특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이를 기재하는 교사나 학교에 따라 기재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어떤 교사들은 학생의 실제 역량보다도 더 잘 기재해주는 반면, 학생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성의 없이 써주는 교사도 많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 별개로 기재 역량이 뛰어난 교사가 걸리기를 바라야 하는 사실상의 ‘로또 학생부’인 셈이다.

한 고3 학생은 “혼자 100점을 받고 선생님이 칭찬까지 해주신 과목인데 학생부에는 아무런 의미 없는 내용만 기재됐다”며 “줄곧 전교 2~3등 안에 들었던 과목은 글자 수도 다 채워주지도 않으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사·학교에 따른 학생부 기재 격차 문제는 기존에도 존재했다"면서도 “올해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경우 다른 평가 요소가 줄어들면서 불안감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은 기재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컨설팅 등을 확대하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불공정’ 해소를 위해 비교과 영역을 다시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단기간에 모든 교사의 기재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 학생부 기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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