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붕괴로 아이들을 충분히 안아주지 못해 마약이 확산됐다?’
한국에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미국에서 연간 7만 명이 펜타닐 오남용으로 사망한다. 미국으로 이 약물을 들여오는 주범이 멕시코의 마약밀매조직으로 지목되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도발적 발언으로 이를 부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7일 오전(현지시간) 뉴스 브리핑에서 미국이 펜타닐 문제를 겪는 원인에 관해 얘기하면서 "미국은 가정 붕괴가 심각하고 개인주의가 만연해 사랑과 우애, 안아주기와 포옹이 없다"고 말했다. 마약 확산의 원인을 ‘가정 붕괴’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 전에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에서는 가족의 가치가 붕괴했다며 그 원인으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적 있다. 멕시코는 가족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펜타닐 남용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멕시코가 미국이 직면한 ‘펜타닐 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자 대통령이 궤변을 늘어놓이며 책임을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멕시코의 마약밀매조직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큰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자국 시장에서 펜타닐을 판매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반면 멕시코 마약조직은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자국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성 효과가 있는 필로폰을 복용하면 노동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까닭에 멕시코에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앞서 15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마약 대응 정책이 실패했다며 “멕시코와 미국 양국에서 의료용 펜타닐의 사용을 금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용 펜타닐이 병원에서 유출돼 암시장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 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대부분의 불법 펜타닐은 중국에서 제조한 원료 화학물질을 이용해 멕시코의 비밀 실험실에서 제조돼 다른 약물 알약인 것처럼 위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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