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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름집 옥죄는 정부

박민주 산업부 기자





“주유소 1년 운영하면 손에 쥐는 수익이 3000만 원입니다. 동네 식당이나 모텔보다 적어요.”

24일 석유 제품 도매가격 공개 심의를 앞두고 정유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국 평균으로 공개하는 석유 제품 도매가를 지역별로 세분화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도매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매가가 공개되면 경쟁이 촉발돼 기름값이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도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여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쟁 촉진이 아니라 고사 촉진이라는 읍소다.

석유 도매가 공개 역사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전국 평균으로 공개하던 석유 제품 가격을 업체별로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2년 뒤인 2011년에는 지금과 같은 지역별 도매가 공개를 요구했고 당시 영업 비밀 침해라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심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 정부의 압박은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의 주장이 효과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업계는 경쟁을 유발해도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매주 유가를 공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가운데 한국의 기름 가격은 최하위다.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대로 제조업(6.5%) 평균과 비교하면 한참 낮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2.52%로 도소매업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특히 주유소는 땅값·시설유지비 등 다양한 비용을 추가해 소매가를 결정하는데 일괄된 도매가를 공개해버리면 오히려 ‘바가지 주유소’라는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 결국 초반의 출혈 경쟁을 거쳐 뒤처진 주유소는 줄폐업하게 되고 남은 주유소 간 담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 업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을 올리면서 본격화됐다. 고유가 혜택을 받았으니 사회에 환원하라는 횡재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고 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압박에 생존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상황에서 철 지난 규제와 압박은 수출 2위 역군인 정유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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