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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200개 이웃집 찾아가 티타임…'베를린 인싸' 된 워킹맘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 (슈테파니 크비터러 지음, 문학동네 펴냄)





과거에는 이사를 하면 이웃에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웃집을 찾는 일 자체가 낯설다. 이런 행동을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200 가정을 200일간 방문한다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 여성이 있다. 바로 독일 베를린의 워킹맘 슈테파니 크비터러다.

슈테파니는 출산 직전 남편을 따라 베를린으로 이사한 후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200일간 200개의 케이크를 구워 200가정을 방문하는 것. 사실 이웃과 아는 사이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르는 사람 집에 찾아가는 일은 일종의 ‘담력’ 시험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다정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들고 찾아온 이웃을 기꺼이 집에 들이는 일 아닐까. 저자 역시 자신을 환영해준 이웃들을 ‘가장 어려운 담력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방문하는 사람도,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도 쉽지 않은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를 굳이 왜 하는 걸까. ‘혐오의 대상’이 된 자신을 해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아차를 끌고 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이유 없이 확인하는 타인의 공격성. 슈테파니는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 이 마을의 공기를 바꾸고 싶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통계’다. 그는 “이웃을 방문했을 때 누가 기꺼이 받아주는지, 혹은 누가 거절하는지 통계를 내보겠다"고 남편에게 선언한다. 그리고 곧장 실행에 옮긴다. 슈테파니는 대담하게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집주인들에게 티타임을 요청했다. 그림 형제 동화에 나오는 빨간 모자 소녀처럼 바구니에 케이크, 커피, 코코아, 차, 설탕을 담아 이웃을 향했다. 문 너머에는 조기퇴직하고 약초 공부를 하는 여인, 술통 운반하는 마차가 지나다니던 옛 베를린 이야기를 들려준 원주민 이웃 아저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문 뒤의 미지의 세상을 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많은 결과를 도출했다. 우선 가장 긴 방문시간은 180분(3시간), 가장 짧은 방문시간은 12분이다. 다만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린 후 집주인이 ‘30분 밖에 시간이 없다’며 꺼려한 경우의 평균 방문시간은 150분이라는 의외의 결과도 나온다. 이웃집 방문이 ‘일’이 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슈테파니 역시 4회나 이웃집을 방문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엘레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문득 옆집의 한 남성이 슈테파니처럼 케이크를 들고 찾아오는 상상을 해 봤다. 나는 그들을 기꺼이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환영할 수 있을까. 이웃을 믿을 수 없게 된 현대 사회에서 슈테파니의 정겨운 실험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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