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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하나로 상담받는 시스템, 채무자 회생법원 문턱 낮추겠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취임 후 첫 인터뷰

각종 절차 탓 도산제 이용 부담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연계

구비서류 발급·비용 등 간소화

업종별 회생·파산 통계 발표도

안병욱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이 지난 24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채무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과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서류를 받급받아야 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분증 하나로 도산 등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연내 도입할 것입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 벼랑 끝에 내몰린 채무자들이 좀 더 쉽게 도산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안병욱(사법연수원 26기)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회생법원의 문턱을 낮춰 과중한 채무에 시달리는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산제도는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채무를 면제받는 것이다. 하지만 도산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상담, 변제 계획안 등 각종 서류 제출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채무자들이 각종 절차 탓에 과중한 채무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도산제도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 법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법원에 10여 종의 서류를 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개인정보에 동의만 하면 행정안전부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연계해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도 실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마이데이터는 여러 행정·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절차를 거쳐 제3자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회생법원 전산에 공공마이데이터가 연계되면 채무자가 여러 기관을 방문해 일일이 구비 서류를 발급받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실제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할 때 법률 대리인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무사에 서류 대행을 맡겨 도산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안 법원장은 “채무자가 생업에 종사하면서 어렵게 법원을 찾더라도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청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채무자 입장에서는 도산제도를 이용하고 싶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해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안 법원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도산을 신청하는 개인과 법인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2월 개인파산 신청은 3448건, 개인회생 신청은 9736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파산(3025건)과 회생(5952건) 모두 크게 늘어난 수치다. 법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법인의 경우 2월 파산 신청이 100건으로 전년 동월(57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회생 신청 역시 71건으로 전년 동월(45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금융권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로 버텨왔던 개인과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면서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오승현 기자


다만 그는 회생·파산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가급적 채무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이고 면책시켜 주는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안 법원장은 “채권자의 입장도 고려해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지만 너무 엄격하면 처리 기간도 늘어나고 인용률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급적이면 채무자들을 구제해 새 출발을 하도록 돕는 게 본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시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로 인한 손실금은 반영하지 않는 실무 준칙에 대해서는 도산 절차의 남용이라는 일부 비판에도 “비난의 소지가 있지만 부동산 투자자도 구제하듯이 위험성 있는 자산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채무자도 구제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회생법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업종별 통계를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한국산업표준분류표에 따라 제조업·건설업·금융업 등 21개 업종으로 구분한 업종별·부채 규모별 법인 회생·파산 통계로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이끌어내고 업계에서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안 법원장은 “업종별로 법인 통계를 구분해 발표하는 게 회생제도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통계부터 연간 한두 차례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계상 드러나는 고위험 분야에 대해 안 법원장은 “당장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해당 업종에서 경기 흐름을 파악해 사전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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