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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앞에 선 인간의 '소리없는 외침'

중견 조각가 배형경 개인전 '無'

물리적 벽·내면의 벽·현실의 벽 등

고뇌하며 침묵하는 인간군상 담아

시멘트로 빚은 인체에 먹으로 채색

배형경의 설치작업 'Wall-Human'. 시멘트를 재료로 제작해 먹으로 칠한 작품이며, '벽-인간'으로 번역할 수 있다. /사진제공=갤러리시몬




“물리적인 벽, 내면의 보이지 않는 벽. 인간은 언제나 서로 다른 벽 앞에 서 있다.”

벽 앞에 머리를 댄 인간, 벽을 향해 고개 숙인 인간, 벽으로 파고 드는 인간. 인체 조각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끝없이 질문 던지는 중견 조각가 배형경이 ‘무(無)-Nothingness)’라는 제목의 신작 전으로 또 한 번 인간 실존을 이야기 한다. 2020년 김세중조각상 수상 이후 첫 개인전으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5월 20일까지 열린다.

1층 전시장을 채운 설치작업 ‘벽-인간(Wall-Human)’은 강인한 철제 벽과 성인 등신상 크기의 군상이 공존한다. 잿빛에 가까운 창백한 몸뚱이는 그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처절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벽은 현실적, 물리적인 벽일 수 있으며 내 안에 있는 벽, 인간 존재가 늘 만나고 헤어지곤 하는 벽”이라고 말했다. 벽 앞, 혹은 벽 사이의 인간은 고뇌하는 인간이며 때로는 침묵하는 인간이다.

배형경 '벽-인간'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처음으로 시멘트를 사용했다. 보통은 흙으로 인체를 빚어 청동으로 주물을 제작해 왔다. 배 작가는 “무(無)에 대한 주제의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자연에서 왔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친환경적 재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서 “건축에도 사용되는 시멘트는 견고한 건축물을 상징하지만 (철거할 때는) 한 순간에 무너지고 한 순간에 먼지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시멘트로 만든 인체는 거칠다. 작가는 그 표면을 하나하나 다듬은 후 먹으로 색을 입혔다. 먹 또한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료다. 그 결과, 작품은 더욱 숙연해졌다.

인체 조각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안토니 곰리의 조각이 바깥 세상에 맞서고 외치는 이미지라면, 배형경의 인물들은 내면과의 대화를 추구하며 속으로 되뇐다. 대부분 고개를 떨구거나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형태로 표현되는 이유다.

배형경 '이퀄라이저' /사진제공=갤러리시몬


2층에는 높이 50㎝ 미만의 군상으로 이뤄진 ‘이퀄라이저(Equalizer)’가 설치돼 있다. 사람들의 키와 덩치가 제각각이듯 축소된 인체들도 조금씩 키가 다르다. 작가는 서로 다른 크기의 인체 조각을 제작하되, 좌대 높낮이를 이용해 ‘똑같이’ 맞춰주고자 했다. 미묘하게 오르내리는 그 차이가 삶의 조화 같은 율동감을 형성한다. 평등에 대한 추구가 각자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이야기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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