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배급품 연명…극빈 경험이 '나눔' 눈뜨게 했죠"

'국민추천포상' 대통령표창 받은 문은수 문치과병원장

조손 가정서 배곯던 어린시절

"못 나누는 인생 살지말자"다짐

20여년간 불우이웃에 봉사 실천

작은 돈도 누군가엔 목숨과 같아

한끼 베풀듯 가볍게 기부 동참하길





장애인 치과 치료 스마일재단 이사, 천안 천사운동본부 이사, 천안미술협회 후원회장, 천안개방교도소 지도치과의사…. 충남 천안 문치과병원 벽에 걸려 있는 문은수 병원장의 직함이다. 30개가 넘는 직함 대부분이 남을 돕는 자리다. 장학금 지급, 다문화 가정 지원, 해외 결연 아동 후원 등 직함 외의 나눔과 봉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가 지난달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20여 년간 이웃 사랑을 실천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문 원장은 자신의 삶이 나눔과 봉사로 가득 채워진 것은 어릴 때 경험한 지독한 가난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모의 부재로 할머니 손에 키워진 그는 나라가 주는 배급품으로 연명했다. 어느 날 배급품을 받아 손수레에 싣고 오는데 근처 암자에 사는 나이 든 비구니가 드러누워 오열하고 있었다. 배고픈 비구니는 배급품을 받고 싶었지만 자격이 안 됐다. 아이는 비구니에게 밀가루 한 포대를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가족이 굶어야 했다. 눈을 질끈 감고 집으로 왔다. 그는 “남보다 두 배, 세 배 열심히 살아서 없는 설움을 겪지 말자. 가진 게 없어서 나누지 못하는 인생은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는 보답을 바라면서 나눔과 봉사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했다. 개원 초기 30대 여성이 고등학생 딸을 데리고 왔다. 딸이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200만 원이 필요한데 엄마 지갑에는 30만 원이 전부였다. 문 원장은 엄마의 딱한 사정을 듣고 20만 원을 받고 치료해줬다. 파출부 일을 하던 엄마는 이 집 저 집에 고마운 사연을 전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병원은 환자들로 붐볐다.

그가 요즘 특히 신경 쓰는 일은 ‘블루문’ 사업이다. 블루문은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청년들의 멘토가 돼 그들의 고민을 듣고 자립과 성장을 돕는 모임이다. 그는 블루문에서 주최한 기아 체험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소개했다. 청년들이 세 끼에 해당하는 밥값을 내고 굶은 뒤 모인 돈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행사다.



“'10억 원을 벌면 봉사할게'라고 말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봉사하지 못합니다. 한 끼 식사비를 기부하듯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때 봉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올해는 블루문에 참여한 청년 5명을 뽑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보내는 ‘청년 스타 만들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은 3개월간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면서 시야를 세계로 넓히고 창업의 꿈을 꿔볼 수 있다. 4억 원 이상 되는 경비가 부담되지만 청년들이 기업가치 1조 원짜리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낼 것을 생각하면 걱정보다 의욕이 앞선다.

그가 오랜 세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누군가의 작은 돈이 다른 누구에게는 목숨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릴 때 학교에 낼 육성회비 230원이 없어서 쩔쩔맬 때 동네 어른이 쥐어준 500원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돈이라고 해서 나에게 쓸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효용가치가 큰 곳에 보내는 게 맞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기석 기자 여론독자부 hanks@sedaily.com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