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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예금보호 불확실성 걷어내야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제 은행예금은 전액 보호받나. 이건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연방 관리들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자넷 옐렌 재무부 장관은 지난 달 청문회에서 또 다시 말 바꾸기를 이어갔다.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뱅크의 예금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는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 가장 최근의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이보다 하루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금은 안전하다”는 그의 발언이 “예금 전액에 대한 보호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말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규제당국은 이전에 가동한 도구들을 다시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남겨뒀다. 어떤 경우에 이런 도구가 재사용될 수 있다는 건가. 더 많은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취하고 있는 감독조치는 어떤 것인가. 모든 예금주는 SVB 혹은 시그니처뱅크의 거래인과 동등한 취급을 받는가.

벌써 일주일 넘게 입법자와 언론인 및 투자자들은 이 문제에 관한 당국의 명확한 답변을 찾고 있다. 특히 예금주들은 은행에 맡긴 그들의 예금이 온전히 보호받을지 여부에 대한 당국의 확답을 원한다. “예금은 안전하다”는 관리들의 연이은 발언은 예금을 한도 없이 보호해주겠다는 듯한 어감을 풍긴다. 이렇듯 확정된 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고위관리들의 공개성명에 따라 시장은 그네 뛰듯 큰 폭으로 움직였다.

모호성은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그럼에도 관리들이 명료한 대답을 꺼리는 이유는 무얼까. 사실 연방정부가 모든 예금의 손실보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다. 예금보호한도가 없어질 경우 손실 위험이 없다는 생각에 은행 매니저들이 예금을 이용해 더 큰 도박을 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까 두려워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예금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예금 전액보장을 전제로 산정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연준은 충분한 수수료를 징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예금보호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장하는 은행예금보호 한도액은 의회의 결정에 따라 예금주 1인당 25만 달러로 정해졌다. 특정 기관에 예외를 두려면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친) 연방재무장관의 지원과 FDIC와 연준 이사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SVB와 시그니처뱅크 전체 예금의 대략 90%는 보호한도에서 벗어나 있다. 관리들은 궁리 끝에 ‘조직적 리스크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전액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희망은 빗나갔다. 다른 소형 혹은 중형 은행 예금이 예금대량인출사태 발생 때 완전히 보호될 것인지가 여전히 모호해지자 퍼스트리블릭을 비롯한 소형은행 예금주들은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 등 이른바 ‘대마불사’ 은행으로 대거 이동했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모호한 접근법을 취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비전략적인 모호성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최악의 상태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옐런 장관을 비롯한 관리들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중소형 은행의 고객들은 예금 손실 위험을 피해 대량인출을 시도한다. 행정부의 애매한 태도를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한 ‘도박’의 청신호로 해석하는 은행 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아간다. 한 개의 문제를 고치면 다른 문제가 불거진다. 예컨대 상업부동산 분야에서의 잠재적 채무불이행과 기타 거품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대두된다. 바로 이것이 예금보호를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제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모호함이 아니라 명료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행정부는 예금보호 문제에 더욱 분명한 방향성을 제공하도록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보호대상은 무엇이고 비보호 대상은 또 무엇인지, 예금보호는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적법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안할 때 관리들이 말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부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통해 금융시장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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