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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연금개혁과 고용문제는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고용ㆍ소득 연계된 제도, 고용안정이 전제

-고용제도 개선 없는 개혁 논의는 반쪽짜리

-노후보장 신뢰 회복과 사회적 연대가 관건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최근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40%에 가깝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노년을 목전에 둔 중년층은 “나의 노후는 다를 것”이라고 낙관하는 듯하지만 올 2월 국민연금연구원이 예측한 2075년과 2085년의 노인빈곤율은 각각 26.3%, 29.8%였다. 50년, 60년 후에도 한국 노인 10명 중 3명은 가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얘기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15%를 밑도는데 말이다.

우리가 노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는 10명 중 4명 수준이다. 또 대다수 수급자는 충분한 기간(20년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월 수령액이 40만 원 이하로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 세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기준 18~59세 근로가능인구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60.1%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고용과 소득에 연계된 제도여서 충분한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가 전제돼야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평생을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고 시위하지만 우리는 일자리만 있다면 대환영인데도 평균 50세 전후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게 현실이다.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남아야 하는 고령자들은 단순 노무직으로 내몰리고 갑질과 차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고용 문제는 노후 빈곤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이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지표다. 정부가 2006년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시행 후 정년 의무화, 인센티브 제공, 재취업 지원 서비스 등 고령사회 고용 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이유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마뜩하지 않아 하고 정부도 자율적 협조와 선택에 맡겼다.

윤석열 정부는 1월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에서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등 계속고용제도의 자율 도입과 우수 사례 포상 등을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정부의 책임 회피에 가깝다. 55~64세 고용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고 정년 60세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떨어져 있다. 정년퇴직자 재고용제 도입 사업장은 전체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기업 자율에 맡기고 포상으로 독려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0년 가까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면 이제는 의무와 강제도 고려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연금제도는 노후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자는 사회적 연대의 산물이며 연금기금은 그 수단이다. 따라서 개혁의 목표는 ‘연금 기금 구하기’가 아니라 ‘노후 소득 보장하기’여야 한다. 의미 있는 노후자금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기간 안정적인 소득 활동이 필수다.

은퇴한 지 한참 지났거나 재취업에 실패하면 연금을 받기도 전에 빈곤에 내몰릴 수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50세에 은퇴하는데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으라고 하면 “왜 강제 가입이냐”는 반발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신뢰와 연대를 잃어버린 사회보장은 어떤 개혁을 한들 굳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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