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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최저임금 역설과 계영배의 교훈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최근 인건비 상승과 재료비, 공공요금 인상으로 수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소한의 직원만 쓰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또다시 인상된다면 직원을 줄이고 키오스크와 서빙로봇을 도입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노동계가 2024년 최저임금으로 1만 2000원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 소상공인의 하소연이다. 경기 침체에 원자재가 상승, 이자 부담 급증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될까 염려하는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직원들도 이러한 사장의 한숨 소리에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이 한가득하다.

중소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불어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체를 접거나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 최저임금이 경제 수준에 비해 너무 빠르고 높게 올랐기 때문이다. 2000년 160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연평균 8.1% 인상됐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2.5%)의 약 3.2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의미하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기업 특성 차이를 무시한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은 노동시장에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업종 등에 따라 지불 능력, 생산성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인데 최저임금은 단일 기준 적용을 고수해왔다. 이로 인해 법정 최저임금액인 916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지난해 기준 숙박·음식점업은 31.2%, 5인 미만 사업장은 29.6%에 달했다. 업종과 규모를 떠나 최저임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최저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법 위반이 되는 강행규정이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게 운영되지 못하면 순기능보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1%대에 불과하다. 지난달까지 무역적자는 225억 달러까지 커졌고 내수도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취약 계층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최저임금의 인상보다는 소득이 적은 근로자에게 장려금을 제공해 사업주의 직접적 부담을 덜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같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선 시대 거상 임상옥이 늘 지녔다는 ‘계영배(戒盈杯)’는 7할 이상 잔을 채우면 모든 술이 흘러내리는 특별한 술잔이다. 현대 시대에는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의미로 쓰인다. 어찌 보면 계영배는 시장의 수용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높게 인상해온 우리 최저임금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곧 본격화될 최저임금 논의에서는 가득 차면 모든 게 흘러내리는 임상옥의 술잔 계영배를 떠올리며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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