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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年4.15% 저축상품 내놨다…美 은행에 메기 역할할까

[정혜진 특파원의 실리콘밸리 산책]

애플카드 이용자 대상 개설계좌

美 금리 평균의 10배 이상 달해

최소 예치금액 등 요구사항 없어

신용도 분석도 자체적으로 평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 전경.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애플이 연 이율 4%대의 고금리 저축 상품을 내놓았다. 금융 서비스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애플은 17일(현지 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의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 이용자는 연 이율 4.15%의 저축성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니퍼 베일리 애플 부사장은 상품 출시를 알리며 “우리는 이용자들이 금융 생활을 더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게 돕는 도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한 이 상품이 제공하는 연 이율 4.15%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집계한 미 전역 은행 금리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앨리뱅크와 골드만삭스 계열인 마커스가 내놓은 인기 상품의 이율이 각각 3.75%, 3.9%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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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서는 일종의 메기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애플의 이번 상품은 입출금 수수료, 최소 예치 금액 등 타 은행들이 내거는 최소한의 요구 사항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계좌를 만들고 나면 애플 카드로 결제한 금액의 최대 3%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데일리 캐시’ 혜택도 있다. 계좌 개설과 관리 모두 아이폰 ‘월렛’ 애플리케이션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테드 로스먼 뱅크레이트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번 저축 상품의 출시로 애플의 금융 서비스가 탄력을 받게 됐다”며 “애플은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인 ‘애플페이 레이터’를 출시하면서 이용자들의 신용도를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심사와 승인을 100% 자회사인 ‘애플 파이낸싱 유한책임회사(LLC)’에서 맡도록 해 단기 대출 업무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여기에 저축 상품까지 출시함으로써 금융업의 핵심인 수신(예금)과 여신(대출) 업무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VB 파산 이후 은행의 지급 불능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고객들이 막대한 현금 보유량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애플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밍 마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번 애플의 저축 상품 출시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은 주체가 애플이라는 점”이라며 “누구나 애플을 알고 있고 상당수는 이미 애플 카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계획이 항상 순조롭지만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플페이 레이터는 지난달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숱하게 연기됐었고 저축 상품도 지난해 10월 출시 계획을 공개한 뒤 정식으로 나오기까지 6개월이 더 걸렸다. 애플 카드도 아직은 미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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