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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대 노총, 이념의 외투 벗고 먼저 변해야 한다”는 쓴소리


노동계 원로인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나는 이제 진보 외투를 벗는다’는 제목의 반성문을 내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의 자성과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한 총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노동계는 30년 넘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양극화 문제를 방치했다”면서 “노동계와 양대 노총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양대 노총의 ‘임금 지키기 투쟁’이 외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40년 가까이 노동운동에 투신해온 한 총장의 쓴소리는 기득권 거대 노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본래 임무를 뒷전으로 미루고 제 밥그릇 지키기와 이념·정치 투쟁에만 골몰했다.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의 이해만 대변하면서 비정규직의 인건비를 쥐어짜는 구조를 부추겼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이 대기업 정규직의 45% 정도에 머무르는 것도 강성 대기업 노조의 횡포 탓이 크다. 2021년 기준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46.3%인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기득권 노조의 거센 반발로 신기술 도입은 늦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근로자를 지원하는 협동 로봇과 자재를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 첨단 자동화 설비를 만들어놓고도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 스마트 공장에서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니 양대 노총은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키맨인 송영길 전 대표를 두둔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염치조차 상실한 집단’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이제 낡은 이념의 늪에서 벗어나 전체 근로자의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현실에 더 관심을 갖고 급변하는 산업구조에서 노사 협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최근 정치 구호를 배제하고 근무 여건 개선 등 실생활 문제를 파고들어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MZ 노조의 활동을 보고 배워야 한다. 강성 거대 노조가 산업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기득권 지키기에만 매달린다면 존립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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