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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다 아는 관광객이 안 찾는 곳

송주희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주 금요일 지방의 한 전통시장에 들렀다가 눈이 몇 번씩이나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한국인·외국인 할 것 없이 많아진 관광객에 놀랐고 그다음에는 예상보다 비싼 분식집 음식 가격에 ‘와’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삶은 당면에 양념장과 채소 고명 조금 얹은, 지역 명물이라는 음식은 한 그릇에 6000원이었고 김밥은 두 줄 기본에 6000원을 받았다. 한 줄만 먹으려면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추가로 김밥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맛에서도 별 감흥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 먼저 가게를 나가던 무리 중 한 중년 남성이 말했다. “멋모르는 관광객이나 사 먹겠지.”

그날 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 낮에 간 분식집 이야기가 나왔다. ‘많이 변했다’는 말에 지역 사랑이 남다른 기사님은 “옛날보다 물가도 올랐고 맛있는 것도 많아지지 않았느냐”면서도 “요즘 손님 중 그런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져 걱정이기는 하다”고 털어놓았다. 맛이나 재미야 개인 취향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관광지라고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다’는 불만이 늘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돈 쓴다는 마음을 갖고 온 여행객들조차 과하다고 느낄 정도면 언젠가의 그 ‘어느 섬’처럼 탈 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린 국내의 어느 섬은 바가지 상술로 도마 위에 올랐고 국내외 여행이 정상화되자 ‘더 저렴한’ 해외로 손님들을 빼앗겼다. 아니, 손님들이 그 섬을 외면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이들 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서울 명동은 ‘백화점보다 비싼 길거리 음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명동 상점가의 노점들은 관광 업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들은 거리 곳곳에 늘어서 색다른 재료와 조리법, 먹음직스러운 냄새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한국 여행 때 가봐야 할 장소’로 소개되고는 한다. 그런데 추천지의 물가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명동 노점에서 파는 랍스터구이는 하나에 2만 원, 구운 오징어는 한 마리에 1만 2000원이다. 핫바는 5000원으로 인근 백화점보다 비싸다.

코로나19로 텅 비었던 명동 거리는 다시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문 닫았던 상점과 노점들이 돌아와 활기를 되찾았다. 물론 그사이 물가가 무섭게 올라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힘들었던 것을 보상받자’며 누가 봐도 과도한 가격을 내걸고 ‘여행 왔으니 사겠지’ 하는 마음이어서는 안 된다. ‘멋모르는 관광객이 사 먹는’ 시간은 길지 않다. ‘다 아는 관광객이 안 찾는 곳’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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