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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부르다 살인난다…여성 분노케 하는 '그 말' [이슈, 풀어주리]

'아줌마' 호칭에 칼부림까지…"내가 왜 아줌마야"

"아줌마 결정 짓는 건 '외모'…60대도 듣기 싫다"

"'야쿠르트 아줌마' 아니고 '프레시 매니저'입니다"

국내외 성(姓) 중립·평등 호칭 변경 사례 속속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사진=유튜브 캡처




"'아줌마'라고 불러 기분이 나빠 칼을 사용했습니다…제가 그렇게 나쁜가요?"

최근 퇴근길 전동차 안에서 ‘아줌마’ 소리에 격분해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 여성이 재판에 섰다. 여성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아줌마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에도 20대 여성 A씨(27)가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던 다른 20대 여성 B씨(21)에게 다가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 9월까지 B씨와 같은 회사에 다녔던 직장 동료였다.

B씨 주장에 따르면 A씨는 퇴사 7개월 지난 뒤 B씨에게 “넌 새삼 잘 사네. 애XX라서 주변에서 봐주는 줄 알고 고맙게 살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씨는 “네, 아줌마”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A씨는 욕설을 퍼부으며 “밤에 가다가 마주치면 죽을 줄 알아. 아니다, 오늘 만나자. 통근버스 앞에서 기다릴게”라고 엄포를 놓더니 실제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 위협을 가했다.

피해자 가족은 A씨를 상대로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를 받았다.

'아줌마=못생겼다'?…40대도 "아줌마 소리 듣기 싫어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조선일보가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30~60대 여성 20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줌마’라 불러도 되는 나이로는 ‘40세 이상’(30%)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뒤를 이어 50세 이상(23%), 45세 이상(14%), 60세 이상(11%) 순이었다.

무엇이 ‘아줌마’를 결정 짓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외모’(35%)가 1위였다. 결혼 여부(27%)와 나이(25%)를 앞질렀다. 겉으로 봤을 때 젊어 보이느냐, 아니냐가 호칭을 판가름한다는 것이다.

‘아줌마’ 호칭에 기분 나쁜 반응을 보인 건 30대(64%), 40대(60%)였다. 50대 응답자 500명 중 223명, 60대 응답자 500명 중 161명이 아줌마 호칭에 기분 나쁘며, 기분 나쁜 이유는 '나는 아줌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31%)'가 가장 높았다.

"억척·괴팍·폭력성·여성적 매력X"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줌마'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나이듦'과 '억척스러움'의 상징이 됐을까. 한국사회에서 아줌마는 기본적으로 '낮춤말'이 됐다.

"△모임에서 ‘언니, 언니’ 하면 아가씨, ‘형님, 형님’ 하면 아줌마 △버스나 전철에서 주위를 살피고 앉으면 아가씨, 앉고 나서 살피면 아줌마 △운전할 때 선글라스 끼면 아가씨, 흰 장갑에 챙 달린 모자 쓰면 아줌마 △하이힐 신고 뛰어다니면 아가씨, 운동화 신고도 잘 못 뛰면 아줌마 △‘아줌마’라고 불렀을 때 주위를 둘러보면 아가씨, 부른 사람 째려보면 아줌마 △의자에 앉았을 때 다리를 꼬면 아가씨, 한쪽 다리를 접어 올리면 아줌마 △목욕탕에서 수건을 몸에 두르면 아가씨, 머리에 두르면 아줌마"

한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았던 우스갯글 ‘요즘 아줌마들에 대한 정의’ 속 아줌마는 하나같이 억척스럽고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우르르 몰려다닌다 △형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칼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이따금씩 애들을 손본다 △가끔 큰집에 간다"

‘아줌마와 조직폭력배 공통점’이라는 글은 아줌마 이미지에 폭력성까지 더한다.

결국 호칭의 문제…성 중립·평등시대로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줌마’는 옛 문헌에 ‘아자마’로 나와 있다. 아자의 '자'는 모음이 'ㅏ'가 아니라 아래아(·)다. 아자마가 ‘아주마’를 거쳐 오늘날 아줌마가 된 셈이다.

‘아자마’는 우리말 ‘아자[小·작다]’와 한자 ‘모(母)’의 결합어로, 아자는 송아지 강아지 망아지 등의 ‘아지’를 떠올리면 ‘어리고 작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쿠르트 아줌마’를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스튜어디스(여자)와 스튜어트(남자)로 따로 불려온 기내 승무원 명칭을 통일해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로 바꿨다. 호칭에서 성(性)을 제거한 ‘성 중립’ 시대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MZ세대 아르바이트 직원 16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는 인상적이다. 가장 듣기 좋은 호칭으로 ‘저기요’(36.3%)가 꼽힌 것이다. ‘사장님’(22.3%)과 ‘선생님’(11.7%)을 앞서는 수치다.

한편 국립국어원이 2020년 펴낸 언어 예절 안내서(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는 ‘저기요’를 사회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 편안하게 사용될 수 있는 표현이라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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