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국적인 비로 인해 지방자치단체 주관 어린이날 야외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가운데 용인에서 특별한 어린이날 행사가 치러졌다.
용인시는 이날 시청사에서 ‘2023 어린이날 대축제’를 개최했다. 당초 행사는 청사 앞 인조잔디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가 잇따랐다. 행사취소를 고민하던 용인시는 그래도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장소를 급히 청사 안 1~3층으로 변경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행사를 치르기 위해 전날 늦은 밤까지 시 관계자들이 행사 시설물 설치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고 한다.
궂은 날씨 탓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몰릴까 싶었지만 기우와는 달리 행사 시작과 함께 우산을 쓴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줄줄이 청사를 찾았다.
1층 로비에서 가장 먼저 시민들을 반긴 것은 움직이는 용인시 캐릭터 ‘조아용’이었다. 아이들이 초록색 통통한 몸매의 조아용은 어린이 행사의 단골손님 ‘뽀로로’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기념촬영을 하기 위한 아이들이 줄을 서면서 종종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2층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자기 빚기, 헝겊인형과 바람개비 만들기, 캘리그라피, 페이스페인팅, 종이접기 체험행사가 열려 역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시청 3층 에이스홀에서는 뮤지컬과 태권도 공연, 마술쇼 등이 잇따라 펼쳐졌다. 용인청소년국악단과 수도군단 7673부대 특공무술 시범도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제한된 인원 탓에 입장하지 못한 일부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바로 옆 컨벤션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체험행사에 곧바로 눈길을 돌렸다. 나무자동차 색칠하기, 해충퇴치 방향제 만들기 등 각종 체험활동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화재진압,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은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오후 들어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아이들은 시청 광장에 마련된 잔디밭으로 달려 나가 시측에서 준비한 비눗방울 놀이를 즐겼다.
시민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다양하고 특색 있는 참여형 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져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한다는 정희정(43·여)씨는 청명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조연우 군과 체험행사를 두루 거친 뒤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씨는 “대부분의 어린이날 행사가 취소돼 걱정했는데 용인시에서 실내 행사를 한다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보고 오게 됐다”며 “아이가 어려 어지간한 축제는 다 가봤지만 이곳은 체험놀이가 다양하고, 무료증정도 많아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야용'이란 용인시 캐릭터를 처음 봤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며 "시기적으로 어버이날도 다가오는데 2층 카네이션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4년 전 수지로 이사 왔다는 박모(38)씨는 “같은 용인이래도 수지에서 용인시청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 오기 쉽지 않았는데 어린이날 행사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뉴스를 보고 처음 시청에 와봤다”며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몰렸는데 통제도 비교적 잘됐다. 청사가 큰 키즈카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 아이와 편안하게 즐기다 간다”고 말했다.
역시 수지에 산다는 김대현(41)씨는 각각 10살, 7살 난 딸아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는 “아무래도 야외에서 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행사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체험 행사가 다양하고 무료로 선물을 많이 나눠주는 자리는 흔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 행사에는 최소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2층 캘리그라피 코너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코용인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오전만 해도 3000명이 부스를 찾았다”며 “오후 들어서는 숫자 감각마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은 글을 받아 들고 가는 것을 보니 즐거워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린데다 어린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안전사고가 우려됐지만 용인소방서와 용인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질서유지를 위해 자발적인 봉사에 나서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용인어린이집연합 소속 김선희(56·여)씨는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2층 복도에서 스피커를 들고 안전한 이동을 유도했다. 점심시간 무렵 이미 목소리가 쉰 그는 행사를 안전하게 마친 뒤에야 밝은 미소로 하루 피로를 씻어냈다.
마술쇼 도중 깜짝 등장한 이상일 시장은 “아동 권리헌장을 읽은 어린이들을 보니 어린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이 떠올랐다”며 “청사에서 열린 행사 중 어린이를 위한 오늘의 행사가 가장 뜻 깊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