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안보’를 강조하는 중국이 미국산 옥수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옥수수 수입에 나섰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곡물 회사인 국영 중량그룹(COFCO)가 성명을 통해 지난주 남아공에서 첫 수입한 사료용 옥수수의 1차 선적분 5만3000톤(t)이 도착했다고 알렸다.
중량그룹은 남아공 43개 옥수수 농가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조달량을 늘리고 정기 운반선의 운행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남아공에 대규모 대두 처리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자 옥수수 수입 다변화에 나섰다. 최대 옥수수 수입국인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는 도중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남아공산 옥수수를 처음 수입한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 주문을 취소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농업부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중국 수입업자들이 지난달 마지막 주 미국산 옥수수 56만2000t의 주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총 2060만t의 옥수수를 수입했다. 국내 생산량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대부분 사료용으로 쓰인다. 중국은 옥수수 수입의 72%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1분기 중국 옥수수 수입에서 미국은 37.8%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여전히 비중으로는 1위 국가지만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 이어 브라질과 우크라이나 순이다.
미국의 자리를 대체하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중국은 이전까지 브라질산 옥수수의 위생 문제를 지적하며 수입하지 않다가 지난해 5월 합의를 통해 브라질 정부가 자국 농부들에게 파종에 앞서 병충해 예방을 위한 화학물질 사용·작물 관리지침을 제공토록 규정한 것을 계기로 수입을 재개했다.
중국은 올해 1분기에 브라질산 옥수수 216만t를 사들이며 일본을 제치고 브라질 최대 옥수수 수출국에 올라섰다.
SCMP는 “중국은 더 많은 남쪽 국가들로 옥수수 공급선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갈등이 야기하는 옥수수 가격 인상과 계절에 따른 글로벌 공급량 변동을 상쇄하기 위해 자국 식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농업농촌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32년까지 옥수수 자급률을 96.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간 옥수수 수입량은 685만t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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