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자신의 반에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이 있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느 날 해당 학생이 정도가 지나친 문제 행동을 일으켜 손목을 잡고 이를 자제시켰다.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생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는 이유로 A 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스승의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사들이 학생·학부모의 ‘아니면 말고’ 식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52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437건보다 83건이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비대면 수업 환경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2019년 이전 수준인 500건대로 늘었다.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상담 건수가 2021년 14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중에서도 교원의 자녀 지도를 문제 삼은 아동학대 신고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교총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 협박 및 소송 관련 건”이라고 밝혔다. 법에서 정한 아동의 나이는 만 18세 미만으로 초등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까지 포함된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원들이 교총에 교권옹호기금 소송비 지원을 신청하는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소송비 신청 건 중 아동학대 관련 비중은 2019년 14.5%에서 지난해 23.6%로 증가세다. 더 큰 문제는 아동학대 신고 관련 상담 건 대부분이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될 만큼 ‘아니면 말고 식’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달 20~28일 조합원 1만 13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 1순위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38.21%)’이 꼽혔다.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를 위해 교총과 교사노조는 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교원지위법·아동복지법 등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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