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측 자산뿐 아니라 북측 소유 시설까지 철거하고 있다. 북한이 고강도 무력 시위와 핵 협박으로 남북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경색시켜 놓고 남북 경협 흔적까지 지우려는 것이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 시설을 철거 중인 상황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의 금강산호텔 등 북한 소유 시설까지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금강산 관광 지구 내 금강산호텔·금강산청년역 등은 남한이 건설한 북한 자산이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사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뒤 해금강호텔, 골프장 리조트 등 남측 자산을 완전히 해체했다.
북한이 이처럼 자체 자산까지 정리하는 것은 남한의 기여로 조성된 금강산 관광 지구를 완전히 철거하고 새 관광 단지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020년 12월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는 “금강산 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 관광 문화 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 사업을 연차별·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자”며 “금강산의 자연 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 인근 마을의 주택·건물 170여 개가 대거 철거되는 동향도 포착됐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민간 인공위성인 에어버스가 촬영한 사진을 인용하며 개성공단과 1㎞ 떨어진 마을에 존재했던 단층 주택 약 50채가 허물어졌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인근에서는 2~4층 건물 50동 중 34동이 사라지고 아파트 형태의 새 건물 20동이 들어섰다고 VOA는 전했다.
대규모 공사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 전면 재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개성공단 무단 사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한 뒤 이날까지 23일째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부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올해 초에도 35일 이상 활동이 드러나지 않는 등 3주 이상 활동이 공개되지 않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현 단계에서 특별히 평가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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