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암호화폐 거래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여당뿐 아니라 정의당도 김 의원의 면직을 요구하는 가운데 민주당의 제소 조치로 김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꼼수 탈당’했다는 의혹을 샀던 김 의원은 국회 차원의 징계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처한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를 지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 수색이 진행되고 있고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지체 없이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상임위원회 도중 암호화폐를 거래한 것을 제소 이유로 꼽았다. 박 대변인은 “상임위 활동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것은 김 의원이 인정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8일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양당 모두 징계 요구서를 제출한 만큼 김 의원은 국회 차원의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윤리특위의 징계 종류에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 출석 정지 △제명 등이 있다. 최고 수위로는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도 수사를 본격화하며 김 의원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검찰은 ‘빗썸’과 ‘업비트’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압수 수색해 김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 내역도 확보했다.
민주당에서는 김 의원의 징계 수위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2030세대와 호남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중론을 펼치던 지도부가 제소를 전격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영향이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국민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충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인 정의당에서도 김 의원의 면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윤리특위 제소에 대해 ‘늑장 제소’라며 “이 대표는 국민의 거센 당 해체 요구에 직면하기 전에 김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선언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김 의원의 의원직 제명은 민주당에 주어진 마지막 시험대”라고 경고했다. 국회의원 제명안의 경우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찬성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다만 윤리특위 심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안 심사 절차 단축에 대해 여야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라 징계 요구서는 20일의 숙려 기간 뒤 안건으로 상정되고 이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대 80일이 소요될 수 있다. 이날 열린 윤리특위 첫 회의에서도 여야는 공방만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자문위를 생략하고 곧바로 본회의 회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윤리특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6명 동수로 구성돼 있어 합의 도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국회의원의 암호화폐 현황을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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