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6개 후보 작품의 낭독회가 1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에서 열렸다.
소설 ‘고래’로 부커상 후보에 오른 천명관 작가는 이날 주인공 금복이 죽음을 맞는 순간을 낭독했다. 이후 진행된 대담에서 천 작가는 독특한 형식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쓴 소설이라 그런 형식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낭독회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로 오른 6개 작품의 작가와 번역가가 각자 책을 낭독한 후 사회자인 머브 엠리 옥스퍼드대 영문과 교수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책 판매와 작가·번역가의 사인회로 마무리됐다.
천 작가는 금복이 죽음을 맞는 순간을 그린 장면을 읽었다. 금복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라 골랐다는 설명이다. 이후 이어진 대담에서 천 작가는 ‘고래’의 자유로운 형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처음 쓴 소설이었고 문학 공부를 한 적도 없었다. 누가 이 소설을 읽을 것이라는 기대를 별로 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못할 얘기도 없어서 아는 온갖 얘기를 다 끌어왔고 좋아하는 온갖 형식도 한 군데 다 모아서 썼더니 이런 형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천 작가는 또 ‘고래’에 관해 “이 소설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행하는 시기에 있었던 이야기로 변화를 다루고 있다”며 “거대한 원시성이 스러지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현대로 넘어오면서 세상은 점점 작아지고 세밀해지고 있으며 오히려 크고 거대한 것은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소설에는 거대한 것들이 적응 못하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슬픈 정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낭독회에 함께 참석한 김지영 번역가는 소설가와 번역가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작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본다”며 “‘고래’를 번역하며 재밌었고 전달자로서의 근육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고래’는 2004년 출간된 천 작가의 첫 장편이다. 산골 소녀 금복이 소도시 기업가로 성공하는 일대기를 담았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고래’에 대해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겪은 변화를 새롭게 조명한 모험극이자 풍자극”이라고 평가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는 23일 밤 스카이가든에서 개최되는 행사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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