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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밥 주는 게 왜요?"…캣맘은 어쩌다 '민폐의 상징'이 됐나 [이슈, 풀어주리]

캣맘·안티 캣맘 갈등 극대화

비난 넘어 '혐오' 대상으로

길고양이 살해→캣맘 폭행

핵심은 '공존'…장기적 대책 필요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캣맘(Cat-Mom)'.

주인이 없거나 유기된 상태로 길거리와 들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반의어로는 '캣대디'가 있지만, 남녀를 통칭해 '캣맘'으로 쓰이기도 한다.

캣맘들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멍에를 쓰고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른 건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 자애로움의 상징이었던 캣맘은 버려진 생명을 보살피고 길들여 마침내 '확대(배불리 먹여 몸집이 커질 정도까지 길들인다)'까지 시킨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주택가에 먹이를 먹으려 몰려드는 길고양이 떼에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비롯해 손쓸 수 없이 늘어난 길고양이 수가 정부 차원에서도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길고양이와 캣맘은 눈엣가시이자 ‘민폐의 상징’ 심지어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떠올랐다.

반려동물도, 야생동물도 아닌 존재가 된 길고양이들과 그를 보살피는 캣맘, 그리고 캣맘이 아닌 사람들의 갈등을, 우리 사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길고양이보다 캣맘이 더 싫어”…캣맘 관련 갈등 극단화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 따르면 길고양이 관련 민원은 2018년 4889건에서 지난해 4050건으로 감소했다. 2018년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시행 이후 서울시 내 길고양이 개체 수(추정치)는 2015년 20만3600마리에서 2021년 9만8339마리로 절반 이상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반면 캣맘 관련 민원 건수는 같은 기간 70건에서 130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캣맘 관련 민원 창구는 콜센터 외에도 시청, 구청, 경찰 등 다양해 실제 민원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이 관련 직접 민원의 빈자리에 캣맘 관련 민원이 들어온 셈이다.

동물 관련 업무를 10여년간 담당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티 캣맘뿐 아니라 캣맘들까지 민원으로 직원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민원을 받는 직원들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괴롭힘 끝에 일을 그만두거나 심한 경우 자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이게 특히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슈다 보니까 싸움이 극단적으로 가는 것 같다”며 정부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길고양이 살해→캣맘 폭행 빈번…"우리가 그렇게 잘못했나요?"


지난 2015년 '캣맘' 벽돌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기도의 한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전과 파주에서 길고양이가 잇따라 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월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총 11마리의 고양이 사체가 모두 길고양이 급식소 주변에서 발견됐다. 연대는 이 같은 범죄가 더는 고양이를 돌보지 말라는 협박과 경고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얼마 전인 4일에는 둔기로 길고양이 간이급식시설을 부순 중학생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고양이와 캣맘이 싫어서 급식소를 부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캣맘으로부터 112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바탕으로 A군의 범행을 확인, 주거지에서 A군을 검거했다.

범죄의 대상은 길고양이를 넘어 캣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같은 아파트 주민인 시각장애인을 폭행한 6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60대 B씨는 지난해 5월 창원시 한 아파트 노상에서 시각장애인인 60대 C씨를 밀쳐 넘어트리고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C씨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문제로 다투다 "눈도 안 보이는 게 고양이 밥이나 주고 말이야"라고 말하며 폭행해 약 42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지난 2022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 4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한 30대 여성은 "(남성이)제 얼굴에 침을 뱉고 몸을 밀면서 구석으로 끌고 가 과격하게 때렸다"며 "밥을 주니까 자기 오토바이에 고양이들이 와서 오줌을 싼다며 폭행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전진경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캣맘에 대한 편견이 박해 수준으로 심하다"며 "일각에서는 캣맘들 때문에 길고양이 수가 늘어난다고 불만인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쓰레기를 뒤지거나 배설물이 방치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를 방치하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편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공존’…장기적인 대책 논의돼야


사진=연합뉴스


동물보호법 제3조 제2호에 의하면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는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7조 제1항에서도 캣맘 등과 같이 동물을 관리하는 사람은 그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행위를 싫어한다고 해서 밥그릇을 부수거나 버릴 경우 형법상 손괴죄나 절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캣맘의 기본 마음가짐은 길고양이 보호에 있다. 밥을 주고 추위를 피할 쉼터를 마련해주는 것은 직접적인 보호 조치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장기적인 보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캣맘'들의 활동으로 '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을 10여년 간 지속적으로 추진한 몇몇 아파트단지와 수년간 집중적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캣맘'을 지원하고 '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서울의 경우 '길고양이 TNR' 의뢰 건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길고양이 TNR' 의뢰가 줄어든다는 것은 중성화수술 받은 길고양이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고양이 TNR'의 실효성을 연구한 논문들이 '군집 내 75% 이상의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받게 되면 그 개체수는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캣맘'은 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해 필요한 만큼의 사료를 제공하고, 길고양이의 장기적인 안전과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수술(TNR)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때서야 우리들의 이웃이며 자원 봉사자들로서 사회적 존재감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캣맘’ 활동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가칭)를 구성해 길고양이 보호 이슈 이견을 좁혀 가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5월 중 (캣맘 활동 가이드라인 관련) 예비회의를 열고, 추후 캣맘 가이드라인 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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