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이 월경 시 심한 증상을 경험하지만,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경 이상 증상의 원인을 찾아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생식기계나 자궁 관련 질병을 키울 수도 있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등은 ‘한국 여성의 월경·폐경관리’ 보고서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지난해 여성 3098명(청소년 961명, 성인 21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여성 청소년은 42.5%가 심한 월경통을, 성인 여성은 46.1%가 심한 월경 전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월경 이상 증상은 심한 월경통, 월경 전 증후군, 비정상 자궁출혈 등을 포함해서 이르는데, 한국 여성의 40% 이상이 월경 이상 증상을 겪는 것이다.
여성 청소년의 월경 이상 증상은 월경통(76.5%)이 가장 많았고, 월경 전 증후군(64.8%), 비정상 자궁출혈(16.7%) 순이었다. 성인 여성은 월경 전 증후군이 83%, 월경통 77%, 비정상 자궁출혈 26.5%로 청소년보다 월경통은 적지만 월경 전 증후군이 더욱 많이 나타났다.
또 여성 청소년의 52%, 성인 여성의 60%가 하나 이상의 심한 월경이상 증상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은(청소년 62%, 성인 60%)은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는다고 응답했다고, 아무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청소년 26%, 성인 24%로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나왔다.
반면 월경 이상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관리한다는 응답은 청소년은 9.9%로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고, 성인은 10명 중 3명 정도(28.5%)가 의료기관을 찾는다고 했다. 이들은 ‘진통제를 먹으면 가라앉아서’, ‘증세가 가벼워서’,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 등을 병·의원에 가지 않은 주요 이유로 꼽았다.
연구진은 월경 이상 증상의 원인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등 자궁 병변일 가능성도 있는데,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질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 생식기 계통 질환 진단이 늦어지면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을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진단·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여성이 약 40년 생애주기에 걸쳐 월경하고 폐경하는 만큼, 증상 관리와 건강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보고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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