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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대신 아이패드…77세 화가의 디지털 도전

◆한운성 '아이패드 드로잉'展

툴기능 독학·그림완성까지 6개월

붓으로 그린듯 생생하게 재탄생

"매체가 무엇이든 본질은 같아"

이화익갤러리서 31일까지 선봬

최근 아이패드 드로잉을 시작한 작가 한운성이 서울 송현동 이화익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제공=이화익 갤러리




여기 한 77세 화가가 있다. 그는 최근 40여 년간 한 몸이자 밥벌이 도구였던 붓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MZ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진 ‘아이패드 드로잉’을 시작했다. 서양화가 한운성 이야기다.

한운성은 과일과 꽃, 관광지의 풍경을 철저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유명 관광지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후 전체가 아닌 ‘앞 면’만 그림으로 그려내는 ‘디지로그 풍경’, ‘과일채집’ 연작 등은 그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사실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을 중시하는 지 알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런 그가 붓을 내려놓고 아이패드 펜슬을 든 건 지난해. 건강이 좋지 않았고 특히 팔을 움직이기 어려워 수채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까지 내려놓을 수 없던 그에게 제자들은 ‘아이패드 드로잉’을 권했다. 아이패드 드로잉은 실제와 같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작업을 위한 툴(tool)의 주요 기능을 익혀야 하고, 고난도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앱 내에서 붓과 물감 등을 구매도 해야 한다. 연필처럼 생긴 애플 펜슬을 손에 쥐고 마치 붓을 든 것 마냥 필압을 조절하는 것은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MZ세대에게도 쉽지 않다.

작가는 지난해 2월 처음 아이패드를 구입한 후 유튜브 영상을 통해 3개월 여간 독학으로 기능을 익혔다. 여러 툴을 통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까지는 꼬박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한 점당 수천 만 원을 호가하는 그의 작품은 판화처럼 10점 한정의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재탄생 해 서울 송현동 이화익 갤러리에 걸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아이패드 드로잉 30여 점을 처음 공개했다. 작품은 판화지에 프린트로 전시돼 마치 진짜 붓으로 그린것처럼 생생하다.



사진제공=이화익 갤러리


사진제공=이화익 갤러리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고유물로 여긴다. 작품이 시장에서 직접 판매되고 오랜 시간 회자되니 당연한 일이다. 하나의 작품을 복사물처럼 여러 점 발행하는 ‘아이패드 드로잉' 방식에 거부감이 들 만도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새로운 작업을 즐겼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1992년 일간지에 이문열의 소설 ‘오디세이아 서울’에 컴퓨터를 이용한 삽화를 발표하는 등 꽤 오래 전부터 디지털 작업 도전을 즐겨 왔다. 두 개의 손가락으로 그림을 확대해 세밀하게 표현하고, 원본을 변형하는 것도 붓으로 그리는 작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이었을 게다. 작가는 “매체가 무엇이든 본질은 같다”며 "재료만 바뀌지 기본적인 것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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