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6시 42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이륙하고 약 19분 동안 숨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던 지휘통제소(발사통제동)에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누리호가 목표 고도까지 무사히 날아올라 인공위성 8기를 분리해낸 순간이었다. 이상률 원장,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를 비롯한 100여 명의 얼굴에는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고 본부장은 전날 헬륨 밸브의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0여 명과 함께 이날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샜지만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 관계자는 “위성 교신 결과까지 나와봐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겠지만 일단 누리호가 발사 연기의 우여곡절을 딛고 비행 임무를 무사히 마치면서 3차 성공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는 오후 6시 24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발사돼 18분 58초간 포물선 궤적을 따라 비행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발사장에서 2㎞ 정도 떨어진 현장에서 직접 본 누리호는 커다란 굉음을 내 지상의 과학관 금속돔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지난해 2차 발사 때보다 발사 시각이 늦은 만큼 해가 어스름하게 저문 하늘에서 엔진의 붉은 화염 꼬리가 더 두드러져 보였다. 누리호는 이륙 2분 만에 구름 너머로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리호는 이륙 약 2분 후 64.5㎞ 고도에서 1단, 3분 후 204㎞ 고도에서는 페어링(위성을 감싸는 원뿔 모양의 덮개)을 분리했다. 이륙 4분 후에는 258㎞ 고도에서 2단 분리를 마쳤다. 목표 고도인 550㎞에 도달한 12분 후부터 16분 후까지는 완만한 경사를 유지한 채 8기의 위성을 20초 간격으로 분리했다. 시차를 둔 것은 위성들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더해 누리호는 1초마다 0.2도씩 각도를 비틀어 위성들이 서로 다른 궤도를 갖도록 했다. 위성을 모두 분리하고 홀로 남은 누리호는 바다에 안전히 추락하기 위해 2분 조금 넘게 더 나아간 후 오후 6시 42분 비행 임무를 종료했다.
누리호의 비행 종료 후 연구진은 위성들이 제대로 궤도를 공전하며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위성 교신 시도에 빠르게 착수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26일 오전 3차 발사의 최종 성공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사체는 미국·러시아 등 선진국도 실패 사례가 많고 누리호 역시 1차 시험발사의 실패 경험이 있는 만큼 연구진은 최종 성공 선언이 나오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전 과정을 예의 주시한다는 계획이다.
누리호는 24일로 예정된 발사가 하루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기 원인은 헬륨밸브 조절에 필요한 장치에 명령어가 잘못 입력된 소프트웨어 관련 문제였다. 전날 오후 점검에 들어간 연구진은 한나절이 꼬박 흐른 이날 새벽에서야 극적으로 원인을 발견해 복구에 성공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차 발사에 성공한다면 누리호는 발사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 뿐 아니라 실제 관측을 수행하는 진짜 위성을 실어 나르는 상업화 가능성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된다”며 “체계 종합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 4차부터는 직접 발사 임무를 주도하며 민간의 발사체 기술 자립도를 높여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재일 사장은 이날 실무와 참관 인력 등 총 80여 명을 대동하고 발사통제동에 나타나 이번 3차 발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문제에 우리 실무자들도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자세히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누리호는 1.5톤의 인공위성을 우리 스스로 쏘아올리기 위해 12년 도전 끝에 독자 개발된 3단 중대형 액체엔진 발사체다. 한국은 이로써 중대형 엔진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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