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190여명이 탄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직전인 지상 250여m 상공(경찰추정)에서 비상구 문이 열린 채 비행하다 착륙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승객은 없었으나 승객 일부가 과호흡 등의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26일 항공업계와 해당 항공기에 탄 승객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9분께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이 대구공항 착륙을 앞둔 낮 12시 45분께 탑승객 A(33)씨가 왼쪽 앞에서 3번째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온 뒤 2∼3분 가량 지난 무렵 출입구 쪽으로 다가간 A씨는 갑자기 비상구 레버를 돌렸다. 당시 항공기 객실 승무원 여러 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가 문을 여는 것을 제지 하지는 못했다.
목격자들은 "열린 문으로 A씨가 뛰어내리려고 했고, 승객과 승무원이 힘을 합쳐 그가 뛰어내리는 것을 막았고, 이후 제압됐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출입구가 일부 열리면서 객실 안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 들어와 주변 승객들은 공포에 떨었다. 타고 있던 승객 가운데 10여명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으며 이들 중 9명은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착륙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한 승객은 "문이 열려 기압차가 발생하면서 에어컨과 송풍기로 보이는 곳에서 순식간에 먼지가 나와 비행기 내부가 뿌옇게 변했다"며 "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린 문 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기절하는 것처럼 보였고,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으로 의료진을 찾았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과 교수는 “항공기가 고도를 내리며 활주로로 내려가는 속도가 200~250km 정도인데 이 때 비상구를 열면 엔진 소음으로 인해 매우 큰 공포를 느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쇄된 공간에 200km 속도의 바람이 들어오면서 승객들이 힘들었을 것이고 조금만 더 속도가 빨랐다면 문짝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를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 출입문을 열려고 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착륙 직후 긴급체포했다. A씨는 제주에서 혼자 탑승했고, 검거 당시 술을 마시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는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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