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대선 승리로 국내적 장애물을 거의 모두 치워버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으로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에서 ‘마이웨이’ 행보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그는 이번에 재선됨에 따라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발동해 선거에서 다시 이기면 2033년까지 30년 집권이 가능한 탄탄대로에 있다. 이를 토대로 집권 기간 강화해 온 이슬람 원리주의 기반 권위주의 통치는 물론 저금리 정책, 중앙은행 개입 등 비정통적 경제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 이미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로 폭락한 상태다.
에르도안은 2003년 총리로서 처음 집권한 이래 권력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했고, 언론 및 소셜미디어까지 장악한 상태다. 그는 재임 기간 군부, 법원, 경찰, 언론, 교육기관 등에 대한 일련의 조치를 벌인데 이어 아랍어 예배와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허용하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이슬람 모스크로 환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튀르키예는 국가 기관과 언론에 대한 통제력이 강화되고 반대파에 대한 탄압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튀르키예 건국 기반인 세속주의는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2월 대지진 당시 온라인 게시물을 검열하고 수십 명을 구속하면서 앞으로 권위주의 통치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경제적으로는 비정통적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를 통해 생산과 투자, 수출을 늘리고 경상수지를 개선해 물가를 낮춘다는 경제 모델을 고수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내 말을 확인해보라. 금리와 함께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존 경제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물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반대로 튀르키예 경제는 고물가와 통화가치 폭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충격 완화를 위해 큰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누군가는 이 청구서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리라화는 폭락했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0211리라(0.11%) 오른 달러당 19.9942리라라고 전했다. 리라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통화가치는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날 리라화 환율은 개장 직후 장중 한때 달러당 20.0827리라로 치솟았다가 다시 20리라선 아래로 내려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장중 역대 최고치(5월 26일 달러당 20.1216리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직전 거래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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