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27일(현지 시간) 100세를 맞이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그는 100세 기념행사를 위해 미국 뉴욕·런던을 거쳐 고향인 독일 퓌르트로 향할 예정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그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다. 특히 포드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외교권을 거의 대신 수행하는 등 미국 외교정책의 전권을 행사하며 ‘키신저 외교’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왕성한 지식욕을 자랑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두 권의 책을 마무리 지었고 최근 또 다른 집필 작업에도 들어갔다. 생일을 하루 앞둔 26일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 등장해 ‘오늘날의 세계는 무질서하다’고 평하며 주요국들이 방향성을 잃고 분열하는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아들이자 TV 프로그램 제작자인 데이비드 키신저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아버지의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아버지의 장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꺼지지 않는 호기심으로 세상과 역동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썼다.
한편 키신저 전 장관의 100세 생일을 앞두고 중국 측이 특별한 축하를 건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셰펑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부임 사흘 만인 26일 키신저에게 달려가 ‘중국 측의 축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신저 전 장관이 1970년대 적대국이었던 미중 관계를 개선하고 국교를 수립하게 한 것은 물론 최근에도 미국과 중국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는 “중국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은 부주의한 적대적 태도를 자제하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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