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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연극으로 관객과?…파격 실험 ‘문속의 문’ 통할까

김호영·백은혜의 1인 낭독극 '문 속의 문'

내년 본공연 창작 과정 무대 올리는 '과정공유작'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싱크 넥스트 25'의 도전

기대반 부담반 "어디까지 공유할까 계속 고민중"

연극 '문 속의 문' 포스터.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한 명의 배우가 극의 모든 인물과 서사를 이끌어가는 1인극은 배우의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이 뒷받침될 경우 관객에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장르다. 또 배우들이 대본을 읽는 형식의 낭독극은 시각적 요소를 제거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대본 자체의 문학성과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두 형식 모두 시각 영상이 주류가 된 오늘날 실험적 시도에 가까울 수 있다. ‘1인 낭독극’도 충분히 도전적인 상황인데 연극 ‘문 속의 문’은 또 하나의 실험을 더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공연되는 연극은 개발의 중간 과정을 관객에 선보이는 일종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연극이다. 이번 공연의 결과와 반응에 따라 내년 무대에 오를 본 공연은 스토리부터 1인극이라는 형식까지 모조리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연극 '문 속의 문' 제작진이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우 연출, 백은혜 배우, 김호영 배우 /제공=세종문화회관


인터뷰하고 있는 이준우 연출 /제공=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이준우 연출은 “극단이 공연을 올리기 전 조사를 하고 자문을 얻는 등 고민이 많은데 그 고민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무대”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극장에서 보는 공연은 완성이고 결과다. 작품에 생명력이 있다면 이번 ‘과정 공유작’은 그 여정의 시작일 테고 관객들도 시작을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개발 과정을 공유한 배경에는 좀 더 좋은 연극을 완성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목적도 있다. ‘문 속의 문’은 허버트 조지 웰즈의 1906년 단편소설 ‘벽 속의 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은 주인공 웰러스가 어린 시절 발견한 파란 문을 통해 이상향을 경험한 뒤 그 문을 평생 그리워하다 친구 레드몬드에게 마지막 말을 남긴채 사라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 속의 문’은 웰러스의 실종 후 경찰을 만난 레드몬드가 카메라 앞에서 진술을 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연출은 “드라마를 이끄는 과정에서 진술 영상이 핵심 역할을 하는데 영상의 적절한 쓰임과 전달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원작은 레드몬드가 웰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문 속의 문’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며 “화자와 중심 인물을 바꾸면서 이야기와 감정의 전달이 더 깊어질 수 있을까를 검증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연극 ‘문 속의 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호영 배우/제공=세종문화회관


1인극인 만큼 배우의 역량도 기대되는 가운데 뮤지컬·예능 등으로 친숙한 김호영 배우와 힘 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명한 백은혜 배우가 캐스팅됐다. 성별이 다른 두 배우가 주역이 된 이유는 인간 보편의 감정과 드라마가 강조되기를 바라서다. 이 연출은 “두 배우가 연극을 바라보는 시선과 강점이 완전히 다르다”며 “김호영 배우는 대본 분석과 직관력이 매우 좋고 백은혜 배우는 흔들림 없는 안정감이 대단히 뛰어나 두 무대 모두 특별한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문 속의 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백은혜 배우/제공=세종문화회관


배우들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드러냈다. 김호영 배우는 1인극에 처음 도전한다면서도 “23~24년간 다양한 무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기, 노래, 춤 가운데 가장 잘하는 것이 연기”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예능에서는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줬지만 무겁고 진중한 작품이나 창작 자체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작품이 더욱 끌렸다”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과정 공유작’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매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백은혜 배우 역시 “과정 공유를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어디까지 틀을 깨고 또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를 모두 함께 고심 중이다. 우리도 처음이니 겁도 나지만 적어도 ‘본 공연에서는 어떤 모습이 될까’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 속의 문’은 세종문화회관이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모아 선보이는 컨템포러리 공연축제 ‘싱크 넥스트 25’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올해 ‘과정 공유작’으로 관객을 만난 작품은 내년 ‘싱크 넥스트 26’에서 정식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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