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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김영부 대표 "반도체 테스트 장비에 '제2의 성장' 승부…5년내 대만 추월할 것"

■'반도체 품질' 44년 외길 김영부 큐알티 대표

월급쟁이로 시작해 CEO로 은퇴했지만

시스템반도체까지 품질보증 사업 확장 꿈

2014년 SK그룹서 분사된 큐알티 인수

美·中 공략하며 성장…작년엔 증시 입성

시험·평가 서비스→장비사업으로 탈바꿈

5년내 전체 매출 비중 70%로 확대 목표

고성능 AI칩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강화

시총 1조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

16일 경기 수원시 큐알티 본사에서 김영부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반도체 테스트 업체인 큐알티(405100)를 이끄는 김영부 대표는 40년 경력의 반도체 분야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의 이력이 곧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그는 30일 경기 수원시 큐알티 사업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벌써 이순을 넘긴 나이에도 회사 성장은 물론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기여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그의 가슴속에서 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반도체 업계에 뛰어든 때는 광운대 응용전자학과를 졸업한 직후인 1979년이다. 글로벌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게 1974년,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이 최첨단 메모리반도체(VLSI) 산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게 1983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이제 막 싹을 틔우던 시점이었던 셈이다.

제대로 된 반도체 엔지니어도, 제대로 된 교재도 없던 시절이었다. 척박한 환경에도 김 대표는 말 그대로 주경야독으로 기술을 하나씩 습득해나가며 반도체 업계에서 ‘품질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덕전자·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에 모두 몸담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 변곡점이 찾아온 것은 2008년. 김 대표가 현대전자에서 품질보증실 전무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이듬해인 2009년 큐알티 전신인 ‘큐알티반도체’가 하이닉스 계열사로 분사하면서 김 대표는 큐알티반도체 대표직을 맡아 3년 뒤 은퇴했다. 그런데 그가 은퇴할 무렵 큐알티반도체의 모회사 하이닉스 반도체를 SK그룹이 인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정거래법상 큐알티반도체가 SK 계열사에서 분리해야 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끓어오르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할 당시에도 메모리반도체 품질보증 외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면서 “평생 해왔던 일을 완성하는 목표를 생각하면서 무모함을 감수하고 인수에 도전했다”고 회사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가 인수를 결심하자 자금을 대겠다는 투자자들도 줄지어 나타났다. 기술 외길을 걸어온 그의 기술력과 성실함을 투자자들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를 속속들이 파악한 그의 경험도 큐알티 인수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2014년 큐알티 인수에 성공한 그는 멈추지 않고 사업 확장에 몰두했다. 한국 무대가 좁았던 김 대표는 해외 확장도 적극 시도했다. 큐알티 인수 이듬해인 2015년부터 미국 정보기술(IT) ‘빅테크’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조인트벤처(JV) 설립에 착수한 뒤 반도체 신뢰성·종합분석 솔루션 기술을 알리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또 기술 논문을 쓰면서 미국 연구자들이 큐알티를 인식하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미국 빅테크들이 큐알티가 자기 동네에 있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략은 통했다. 김 대표와 큐알티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과 다수 칩 신뢰성 테스트 협업 사례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다음 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IMS 2023’이라는 행사에 참가해 미국 대형 고객사와 미팅을 소화한다.

최근 설립한 중국 법인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중국 매출은 14억 원, 지난해에는 28억 원을 기록했다. 까다로운 대외 갈등 속에서도 중국 내 성장이 가파를 것으로 예측된다. 김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는 것을 고려해 중국 법인을 독립시키면서 큐알티의 지분만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4년 200억 원 안팎이던 연 매출은 지난해 6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큐알티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인재 확보와 재원 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회사 경영이 더욱 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코스닥 상장은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16일 경기 수원시 큐알티 본사에서 김영부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김 대표는 증시 입성 이후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현재 큐알티의 시가총액은 1500억 원 선이다. 그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큐알티를 시총 1조 원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품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김 대표가 집중하는 신사업은 반도체 신뢰성 장비 제품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5년 뒤에는 장비 신사업이 전체 매출의 70%, 소프트웨어 사업이 30%의 비율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상당히 큰 도전이다. 장비 사업은 현재 매출 구조와는 아예 다른 사업 모델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큐알티는 한국에서 반도체 신뢰성을 테스트하는 회사다. 반도체가 특정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시험하고 평가해주는 솔루션 회사다. 오늘날 신뢰성은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키워드다. 반도체의 용도가 기존 IT 기기 외에도 자동차, 항공·우주 분야 등으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의 경우 고열이나 극저온·고압에서 견디지 못하면 탑승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철저한 사전 테스트가 필수다. 또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기기 내 통신 칩 결함이 생기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게 일상화된 세상이다.

더구나 반도체 회로가 점점 얇아지고 있는 점도 이슈다. 기존에는 반도체 소자를 스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빛과 초미세 물질이 이제는 치명적 오류의 주범이 되는 시대가 왔다.

회사 안에 각종 문제를 테스트하는 설비를 갖추고 고객사 요구에 따라 체크 항목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가 수년 안에 지금의 매출 구조를 서비스에서 장비 판매 위주의 ‘하드웨어’로 반대로 바꾼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장비 사업을 이끌 제품군을 설정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R&D)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독자 기술로 상용화한 소프트 에러 장비를 포함해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는 전력 반도체·무선주파수(RF) 칩 신뢰성 시험 장비 구현에 도전한다”며 “향후 3가지 품목을 성장 축으로 삼아 장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행여 김 대표가 도전장을 낸 장비 사업이 기존의 신뢰성 테스트 사업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회사의 솔루션 사업보다 고객사의 요구에 집중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신뢰성·칩 성능 서비스가 주류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중소 칩 설계 기업(팹리스)들은 고가 장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장비로 직접 서비스를 해주고, 자본이 있는 대기업들에는 설비 내에 맞춤 신뢰성 장비를 들여 마음껏 칩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영업에 나선다면 충분히 이 사업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그는 신뢰성 장비 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에 뛰어들었다. 올해 10월 광교 연구 사옥 바로 옆에 장비 R&D에 특화한 새로운 연구실 문을 열고 인력 확충에 나선다. 김 대표는 “현재 R&D 인력이 30명, 총임직원이 150명 수준이지만 향후 신뢰성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원만 100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미 회사 내부에서 박사 과정을 육성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 잘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칩이 미세해지는 만큼 신뢰성 테스트 솔루션 역시 복잡다단해지기에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표준을 만들어낼 방침이다. 국내 새로운 신뢰성 기술 연구소 설립을 타진 중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칩 등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신뢰성 R&D도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서 나온 노하우가 장비 개발로도 이어지고, 이 장비를 상용화해 판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는 큐알티를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신뢰성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경쟁사인 대만 마텍, 아이에스티가 매출 기준 큐알티보다 2.8~3배 정도 앞서 있다”며 “큐알티는 신뢰성 장비라는 분야로 감히 예상컨대 5년 안에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16일 경기 수원시 큐알티 본사에서 김영부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김영부 대표는

△1953년 서울 △광운대 응용전자학과 △1979년 콘트럴데이터코리아 △1982년 대덕전자 △1983년 삼성전자 △1983년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 품질보증실 △2009년 큐알티반도체 대표이사 △큐알티주식회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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