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명 중 1명은 늦은 밤 또는 공휴일에도 의약품 구입이 가능하도록 24시간 문여는 약국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조차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구매할 수 있는 무인자판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해 일반인 2433명을 대상으로 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조사한 결과,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6.2%(1124명)로 가장 많았다.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두 번째로 많은 33.7%(819명)를 차지했다. '9시까지 약국 연장 운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13.9%(338명), '원격화상 투약기 설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2%(152명) 등의 순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과 공휴일에도 의약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일선 시민들의 불편함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지부는 2012년 5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상비약을 선정한 다음, 성분·부작용·함량·제형·인지도·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20개 품목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의·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을 지정하고, 그해 11월부터 시행에 나섰다. 당시 복지부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1년 뒤 품목을 재조정한다고 예고했는데, 10년째 13개 품목 그대로다. 2018년 시민들의 수요가 높은 지사제, 화상연고 등에 대한 품목 확대 시도가 있었지만 대한약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불발됐다. 2018년 8월 6차 회의를 끝으로 심의위가 열리지 않으면서 품목 확대는 커녕 중간점검조차 요원한 실정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를 필두로 바른사회 시민회의, 서울시보건협회, 한국장애인단체충연맹, 미래건강네트워크, 행복교육누리, 그린헬스코리아, 한국공공복지연구소,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는 최근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를 출범하고 본격적 활동에 나섰다.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만큼, 제도를 재정비하고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들 단체가 앞서 지난달 30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 남녀 715명 중 62.1%가 '품목 수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 필요한 의약품이 없어 구입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41.3%였으며, 구체적으로는 성인·소아용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품목 등을 추가하고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으로 질환군을 넓혀야 한다는 수요가 확인됐다. 소화제의 경우 제품을 바꾸고, 스프레이 제형의 파스 제품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편의점 등에서 구매 가능한 상비약 판매 지정 품목 중 소화제는 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등 4종이다. 파스는 제일 쿨파프와 신신파스 아렉스로 10년 넘게 고정되어 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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