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멈췄던 신한울 3·4호기가 부지 터 닦기 공사에 착수한다. 건설 재개 결정 이후 11개월 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만 나면 내년 원자로 시설 착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 속도전’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열린 ‘제73회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신한울 3·4호기 전원 개발 사업 실시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실시 계획이란 발전소 개발 사업에 대해 각종 인허가 사항을 한꺼번에 승인 받기 위해 제출하는 계획을 말한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정지 작업 등 신한울 3·4호기 부지 관련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정지 작업을 비롯, 신한울 3·4호기를 짓기 위해 필요한 추가 부지 매입에도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며 본격 추진됐다. 이듬해 1월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전면 백지화됐다. 제8차 전기본에도 신한울 3·4호기는 제외됐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새정부 에너지정책’을 내놓으면서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이후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착공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원전 건설은 통상 ‘전기본 반영→실시 계획 승인→건설 허가’ 등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올 1월 제10차 전기본에 곧바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을 추가했다. 여기에 이날 실시 계획 승인까지 완료하면서 정부는 사실상 신한울 3·4호기 행정 절차를 20개월 가까이 단축하는 효과를 봤다. 신한울 3·4호기의 실시 계획 승인은 건설 재개를 공식화한 지 11개월 만에 받은 것으로 새울 1~4호기와 신한울 1·2호기가 소요한 평균 기간(30개월)보다 19개월이나 짧다. 실시 계획이 승인되면 원전 건설에 필요한 11개 부처 소관의 20개 인허가 절차가 일괄 처리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실시 계획 승인 및 건설 허가 신청을 냈던 2015~2016년 당시 이미 상당 부분 검토가 이뤄졌지만 정부 정책 변화로 결정이 안 나오던 상황이었다”며 “이 때문에 평가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많이 줄었고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협의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종 관문’인 원안위 건설 허가까지 마치면 원자로 시설 착공 등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즈음에는 건설 허가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프로젝트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총 5조 원 규모의 일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2조 9000억 원 규모의 주기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앞으로는 총 2조 원 내외의 보조 기기 수주도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강 차관은 지난달 취임 이후 첫 현장 행보로 신한울 3·4호기 현장을 찾아 “최대한 속도감 있게 (건설 허가)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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