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최근 우리나라에 대해 ‘내정간섭 발언’ 논란을 일으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겨냥해 “(외교관으로서) 가교 역할을 적절하게 못하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청한 뒤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공조 강화’ 기조에 대해 도를 넘은 강경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여권 역시 싱 대사에게 ‘점령군 사령관’ ‘오만불손’ 등의 단어를 써가며 거센 공세를 펼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외교부와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충분히 입장을 냈으니 추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외교 관계에 대한 비엔나협약’을 언급하며 싱 대사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협약 41조에 따르면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하고 접수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사실상 싱 대사의 발언이 ‘내정간섭’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에서도 싱 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한국의 주권을 건드리는 싱 대사의 오만한 언행은 한중 우호 관계를 해칠 것”이라며 “선린우호를 도모해야 할 대사가 점령군의 현지 사령관 같은 무례를 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싱 대사의 발언은 내정간섭이자 심각한 도발”이라며 “대사가 언론 앞에서 주재국 정부를 비난하는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정부 여당의 공세에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각계각층 인사와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것은 대사의 의무”라며 싱 대사를 두둔했다.
한편 싱 대사가 과거 국내 한 기업이 울릉도에서 운영하는 최고급 숙박 시설에서 무료로 숙박하는가 하면 한국에 주재 중인 총영사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중국대사관 측은 이날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