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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존재감 부각·애국주의 고취 '노림수'…충성경쟁도 한몫

[Global Why] 도 넘은 中 전랑외교 배경은

中 "韓, 미국 베팅은 도박" 막말

필리핀·佛·日서 잇단 과격 발언

현대판 중화사상, 주변국에 강요

강경파 친강 외교부장 영향도 커

반미 성향 젊은층 지지도 확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서울경제DB




주요국 중국대사들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서 중국의 ‘전랑(늑대 전사) 외교’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중 외교 갈등은 양국이 잇따라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견제를 뚫기 위한 늑대 전사들의 강경 행동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 시간) 싱 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논란에 대해 “분명히 (중국의) 일종의 ‘압박 전략’이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독립적인 주권국가이며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훌륭한 동맹이자 친구”라고 한국을 옹호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연일 싱 대사의 발언은 물론 언론을 통해 나온 개인 비위 의혹까지 거론하며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반응에도 중국 관영 매체는 적반하장 격으로 싱 대사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이날 환구시보는 ‘당당함에서 더 멀어지는 한국 외교’라는 사설을 통해 “한국이 한쪽(미국) 편에 서서 미국에 베팅하는 것은 급진적인 도박꾼 심리이며 매우 비이성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싱 대사를 비롯해 영국·필리핀·프랑스·일본·브라질 등에 주재한 중국대사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4월 황시롄 주필리핀 중국대사는 “대만에 거주하는 15만 필리핀 노동자를 걱정한다면 대만 독립을 분명 반대해야 한다”며 필리핀 노동자를 위협했다. 같은 달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는 같은 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대만 유사시 참전 의사를 내비친 것에 대해 “일본의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고 지난해 말 전랑 외교의 상징적 인물인 친강 외교부장이 부임하면서 이런 기류가 강해졌다. 주요국 중국대사가 ‘중화 민족의 부흥’을 강조해온 시 주석의 뒤를 받치며 현대판 중화주의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다. 외교 분쟁을 우려해 정제되고 세련된 발언으로 상대국의 심리를 거스르지 않는 타국 외교관과 달리 중국만이 우월하다는 중화사상에 사로잡혀 글로벌 외교에서 선을 넘는 행동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첨단 반도체 등의 수입 제재를 통한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공급망 배제) 시도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공격적 발언을 일삼는다는 해석이다. 외교 라인에서는 접점을 찾기 위해 회담을 갖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비판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우기도 한다. 이달 10일 주영국 중국대사관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향해 ‘사실을 무시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는 의미의 신구자황(信口雌黃)을 사용해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핵심 지위 수호를 명목으로 일종의 충성 경쟁이 강화되는 흐름도 엿보인다. 중국 당국의 일종의 지침도 있지만 내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극단적 발언을 이끌어내고 있다. 주미대사로 재직하다가 외교부장에 오른 뒤 3개월 만에 국무위원까지 겸직한 친 부장의 사례를 보고 주요국 대사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일종의 베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부임 3년 차로 교체가 예상되는 싱 대사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스스로 총대를 멨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내 애국주의 분위기도 주요 대사들의 발언에 힘을 싣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자) 등 젊은 층에서 반미·애국주의 성향이 짙은 것이 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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