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로 재무부담이 커진 태영건설(009410)의 신용도가 강등됐다. 수도권과 지방 등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다수 사업장에 신용보강을 선 태영건설의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18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했다. 10단계로 나뉘는 투자적격등급(AAA~BBB-) 가운데 7번째로 사실상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자금을 선투입해야 하는 군부대 이전, 역세권 복합단지 등 개발사업에 제공한 과중한 PF보증이 발목을 잡았다. 태영건설의 PF보증(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규모는 2020년 말 1조30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3월 말 2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보증규모의 감축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미착공사업 비중이 절반에 근접하는 만큼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공사비 인상과 미분양 적체 등 부정적인 시장환경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원가가 높아진 가운데 분양경기마저 부진해 일부 사업장의 수익 인식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분양성과나 자금조달 환경에 따른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늘어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A등급 신용도를 가까스로 유지한 것은 태영건설이 그간 마련해온 재무적 대응력 덕분이다. 태영건설은 1분기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 원을 대여하고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 원 규모 PF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전방위로 현금을 확보해왔다. 한신평은 "단기적인 자금소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다만 주택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입주 실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이 더 악화되거나 차입금 상환으로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경우 신용도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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